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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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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변화] 자유무역 입지 약화… 무역전쟁 올수도
[외교 변화] 오바마-매케인 모두 동반자 가치 중시
미국 대선(11월 4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4년마다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지만 이번 선거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로 평가받는 금융위기, 이라크전쟁의 장기화 등 미국호를 둘러싼 ‘특별한 상황’ 때문에 누가 당선되든 ‘미국 사회 지형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인들의 선택을 기다리는 두 후보는 전쟁 영웅 출신으로 신념의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와 흑인 출신으론 미 역사상 최초의 주요 정당 후보로 변화를 기치로 내건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희망과 경험의 대결’이라는 미 대선 특집기사를 통해 이번 선거는 미국은 물론 세계를 바꿔놓을 중요한 선거라고 규정했다.
▽금융위기로 재편될 세계 질서=미국 금융산업의 위기는 그동안 월가자본과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앞세워 전 세계 금융시장을 주물렀던 미국 금융산업에서 ‘게임의 법칙’이 달라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리처드 실러 뉴욕대 교수는 지난달 20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년 동안에는 ‘정부가 문제’라는 인식이 우세했다면, 지금은 ‘시장이 문제고 정부는 해결책’이라는 인식이 부각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그동안 ‘레이건 보수혁명’ 이후 전 분야에 걸쳐 규제완화를 금과옥조처럼 추진해왔다. 그런데 이제 누가 당선되든 금융시장에서만큼은 금융건전성 감독강화를 위해 정부의 입김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월가자본이 행사해온 금융패권이 주춤할 경우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유지시켜온 두 축인 군사력과 경제패권 중 한 축이 흔들린다는 점에서 미국의 역할과 위상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도전받는 자유무역=오바마 후보는 당내 예비 경선과정에서 부시 행정부가 체결한 기존 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을 요구할 정도로 자유무역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오바마 후보의 이런 행보는 지지계층이 자유무역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은 자유무역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국가로 분류된다. 그런데 일자리가 줄어들고 경제적 위기가 계속되면서 자유무역에 대한 반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퓨센터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48%는 ‘자유무역이 나쁜 것’이라고 답했다. ‘좋은 것’이라고 답한 미국인은 35%에 불과했다.
물론 매케인 후보는 강하게 자유무역을 옹호한다. 그렇지만 매케인 후보가 승리하더라도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는 반자유무역 정서가 지배하고 있다. 더구나 11월 선거에서 민주당 의석 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자유무역의 수호천사 역할을 자처했던 미국이 반대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FTA 확대는커녕 중국을 상대로 반(反)덤핑 제소가 이어지는 등 전 세계가 ‘무역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새 대통령, 초당적 외교정책 펼 듯
▽‘국제사회와 화해’에 나설 신임대통령=차기 대통령은 1968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당선 이후 가장 어려운 국제적 환경을 맞이하게 된다.
‘이라크전쟁, 아프가니스탄전쟁, 이란의 핵개발 야욕, 파키스탄의 불안정한 정세,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 북한 핵개발 저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오바마 후보와 달리 매케인 후보는 대화로 해결되지 않으면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부시 대통령과는 달리 두 후보 모두 다자기구와 동반자의 가치를 중시하는 성향이어서 미국은 새로운 외교정책 스타일을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라크전쟁 해법도 이론에선 차이가 나지만 실질적으론 둘 다 2, 3년 내의 점진적인 철군을 강조한다.
한편 미국 국내정치 측면에선 매케인 후보가 승리하면 그의 초당적인 협력정신이, 오바마 후보가 승리하면 의회에서의 압도적인 민주당 지지에 의지할 수 있기 때문에 파당정치의 해악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