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 경고음

  • 입력 2008년 10월 3일 02시 58분


美제조업지수 7년만에 최악… 中성장률 6년 만에 한자릿수 전망

유럽 8월 실업률 7.5% 껑충… “日성장률 전망 내려 0% 수준으로”

美 지난달 자동차 판매량

15년만에 100만대 이하로

中 - 日 - 유럽도 침체 확산

국내 수출 큰폭 둔화

성장률 4.7% 힘들듯

“규제풀어 투자늘려야”

미국 연방 상원이 정부의 7000억 달러 구제금융법안을 1일(현지 시간) 통과시키고, 하원도 3일 법안을 가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월가에서 시작된 금융 위기가 분수령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메인 스트리트(실물경제)’에 미칠 금융 위기의 충격은 시작될 조짐이 보인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일본 중국 등의 제조업, 소비 부문 지표가 나빠졌고 한국의 수출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 美 9월 자동차 판매 전년보다 27% 감소

실물경제 악화의 직격탄은 미국 자동차 업계에 먼저 떨어졌다.

2일 미국의 자동차시장 조사업체인 오토데이터 코프에 따르면 9월 미국에서 판매된 자동차 대수는 96만4873대로 1993년 2월 이후 15년 7개월 만에 처음 100만 대 아래로 떨어졌다. 또 지난해 9월보다도 27% 감소했다.

9월 포드의 판매 대수는 작년 동월 대비 35%나 떨어졌고 크라이슬러는 33%, 제너럴모터스(GM)는 16%씩 각각 감소했다. 연료소비효율이 향상돼 고(高)유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였던 일본 도요타도 9월 미국시장 판매가 32% 줄었고 혼다(―24%) 닛산(―37%)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에 대해 포드의 조지 파이퍼스 세일즈애널리스트는 “지금은 천재지변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공급관리협회(ISM)가 내는 제조업지수 역시 9월에 43.5로 전달의 49.9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9·11테러 직후인 2001년 10월 이후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 이 지수가 50을 넘으면 경기가 확장된다는 뜻이며 50을 밑돌면 위축을 의미한다.

제조업 침체는 곧바로 고용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오토데이터프로세싱(ADP)사가 최근 내놓은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9월 미국 민간기업의 고용은 8000명 줄었다. 채용정보업체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는 미국 기업들이 9월 9만5094명의 임직원을 감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보고서를 최근 내놨다. 이런 고용사정 악화는 9월 들어 급속히 파급된 금융 위기의 영향을 배제한 것이어서 실제 타격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 유럽 경제정책 성장촉진으로 전환 가능성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1.2%로 잡았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제로’로 하향 조정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BOJ는 4월 내놨던 1.5%의 성장률 전망치를 7월에 이미 1.2%로 한 차례 낮춘 바 있다.

유로권의 사정도 나빠지고 있다. 유로권의 8월 실업률은 7.5%로 전문가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유럽의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9월 유로존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5로 8월(47.6)보다 하락했다. 이 지수가 50 밑으로 떨어지면 제조업이 위축된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통화정책의 초점을 인플레이션 진정에서 성장 촉진 쪽으로 바꿀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세계의 공장’ 중국 역시 실물경제로 번진 금융 위기의 후폭풍에 휩쓸리고 있다.

지난달 26일 류밍캉(劉明康)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은 “글로벌 금융 위기로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9∼9.5%로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에서 2007년까지 5년 연속 두 자릿수였던 중국의 성장률이 6년 만에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것이다.

○ 한국 수출, 성장률에도 빨간 불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의 파고를 이겨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 온 한국의 수출에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9월 중 팔린 현대자동차는 3만3214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나 감소했다. 기아차 판매도 같은 기간 28% 줄었다. 이런 영향으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중 수출 증가율은 작년 동월 대비 18.7%로 7월(35.7%)보다 큰 폭으로 둔화했다. 수출 증가율이 낮아지면서 생산도 둔화하고 있다. 8월 중 한국의 광공업 생산은 작년 동월 대비 1.9% 늘어나는 데 그쳐 지난해 9월(―3.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정부는 아직 4.7%인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고수하고 있지만 최근 세계적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3.9%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내년 한국의 성장률을 3.8%, 감세의 효과를 최대한 반영해도 4.2%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배상근 연구위원은 “수출이 견인해 온 한국 경제는 선진국 실물경제 악화의 충격을 피할 수 없다”면서 “내수의 활성화를 꾀하는 한편 수도권 규제 완화 등으로 국내 기업, 외국인 투자를 늘림으로써 충격파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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