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 비즈니스’가 팔린다

  • 입력 2008년 9월 24일 03시 06분


이슬람의 종교적 금식월(禁食月)인 라마단이 자본주의의 영향으로 점차 상업화되고 있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이달 2일부터 시작된 라마단 기간에 무슬림들이 해가 진 뒤에야 먹는 정찬인 ‘이프타르’가 고급 사교행사로 바뀌면서 ‘라마단 비즈니스’가 부상하고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이프타르는 원래 낮 동안 물도 마시지 않은 채 끼니를 굶은 가족이 함께 모여 마음껏 식사를 하는 자리다. 그러나 최근엔 기업이나 사회단체가 고급 호텔과 대형 레스토랑에서 개최하는 사치스러운 만찬이 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기업들은 이프타르를 비즈니스와 홍보를 위한 사교 마당으로 활용하고 송년회처럼 임직원이 함께 식사하며 단합대회를 하는 경우도 늘었다. 이에 따라 이슬람 국가의 각 호텔과 레스토랑은 대규모 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바이에선 라마단 기간에 고급 호텔들이 건물 외부에 이프타르 전용 대형 천막을 설치해 뷔페를 운영한다. 무슬림이 아니더라도 이국적 경험을 원하는 외국 관광객을 위해 마련한 ‘라마단 패키지’ 등 관련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집트 무슬림들은 밤이 되면 고급 레스토랑과 클럽을 찾아 평균 봉급의 2주 치에 이르는 돈을 저녁 한 끼에 아낌없이 쓰기도 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카이로의 메리엇호텔에선 메르세데스벤츠, 보다폰 등 외국계 기업들이 대규모 이프타르 파티를 열기도 했다.

터키 빌켄트대의 오즐렘 산딕치 경영학과 교수는 “라마단이 크리스마스처럼 종교 행사가 아닌 문화 상업적 축제 기간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무슬림들도 이 같은 변화를 환영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나친 상업화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정치가들은 유권자를 의식해 사치스러운 이프타르를 자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선 20일 이프타르 행사가 한창이던 메리엇호텔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한 뒤 다른 예약이 취소되기도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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