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움츠린 경기 띄운다

  • 입력 2008년 9월 23일 02시 53분


증시침체-미국발 금융위기에 부양책 급선회

이자율-거래세 인하… 상하이지수 폭등 화답

‘중국, 긴축시대는 가고 경기 부양시대가 왔다.’

스탠더드차터드은행의 경제분석가 왕즈하오(王志浩) 씨는 19일 이런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16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2,000 아래로 떨어지자 중국 정부가 즉각 이자율 인하 등 부양조치를 취한 데 이어 거래세 인하 등 후속조치가 이어지면서 시장에서도 정부 정책 기조가 바뀌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의 낙관적 전망을 반영하듯 22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7.77% 오른 2,236.41로 마감했다. 부양정책으로 중국 경제가 살아나면 세계 경기 회복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 中企 신규대출 한도 5∼10% 늘려

상하이 증시에서 지수 2,000이 무너진 16일 중국 런민(人民)은행은 1년 만기 대출금리를 기존의 7.47%에서 7.20%로 0.27%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런민은행은 중국공상은행과 농업은행, 중국은행, 건설은행, 교통은행, 우정저축은행 등 대형 금융기관을 제외한 소형 은행의 지급준비율도 25일부터 현행 17.5%에서 16.5%로 1.0%포인트 내린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에 힘입어 19일 상하이증시는 2,075.09로 단숨에 2,000 선을 회복했다.

중국 재정부와 국세총국은 19일 거래 쌍방에 부과하는 거래세를 양도하는 쪽만 내도록 세부담도 줄였다. 또 국유은행 주식을 관리하는 회금공사가 공상은행, 중국은행, 건설은행 등 3대 국유은행의 주식을 매입하도록 했다. 런민은행은 이달 초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권의 신규 대출한도도 5∼10% 늘려주도록 권고했다.

○ 핫머니 유입-인플레이션 재현 우려도

중국 정부가 증시 부양에 나선 것은 지난해 10월 최고점에 비해 60% 이상 추락한 주가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 증시가 비유통주 물량 부담 때문에 끝 모를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 때에 미국발(發) 금융위기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도 지난해 2분기 12.2%에서 3분기 12.0%, 4분기 11.7%, 올해 1분기 10.6%, 2분기 10.2%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더욱이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잇따라 터지고 있는 탄광사고, ‘독극물 분유’ 사태 등 민심이 흉흉한 것도 경기 부양에 나서게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그런 데다 그동안의 긴축에 따라 물가가 어느 정도 잡힌 것도 부양책을 꺼내 든 배경이다.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4월 이후 연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당초 목표치인 지난해 평균 물가상승률(4.6%)보다는 높지만 한때 8.5%까지 올랐던 것에 비하면 많이 누그러졌다.

일부에서는 지난 10여 년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견지해 온 긴축정책이 전환기에 왔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금리가 여전히 높다. 1조8000억 달러 이상의 외환이 쌓여 있는 데다 미 달러 대비 위안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어 핫머니(단기투기성자금) 유입 가능성도 높은 상황. 통화팽창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다는 뜻이다.

때문에 중국 정부의 정책 기조가 완전히 성장촉진으로 돌아섰다기보다는 몇 가지 악재가 한꺼번에 몰려드는 상황에서 긴축 완화 쪽으로 선회하면서 ‘숨고르기’에 나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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