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9월 18일 02시 5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일본에서 농약에 오염된 공업용 쌀이 식용으로 전용된 사건(본보 13일자 A12면)의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16일 공업용 쌀을 식용으로 속여 유통시킨 미곡가공판매회사 미카사푸즈와 거래한 업체 375곳의 실명을 해당 업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전격 공개했다.
과거에는 해당 업체가 동의를 할 때만 명단을 공개했다.
미카사푸즈에서 쌀을 공급받은 곳을 업종별로 보면 일본 전통과자 제조업체가 154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급식업체 118곳, 중간유통업체 50곳, 쌀과자 제조업체 30곳, 외식업체 5곳 등의 순이었다.
일본 정부가 명단을 전격 공개한 데 대해 해당 업체들은 “오염된 쌀인지 모르고 산 우리도 피해자”라면서 우려와 함께 분노를 나타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가고시마(鹿兒島) 현의 한 전통과자 제조업체 대표는 “우리더러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면서 “정부가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점은 제쳐두고 영세 업체의 명단을 공표한 것은 선거에서 (일반 소비자들의) 환심을 사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업체에 포함된 나라(奈良) 현의 한 미곡 판매업체 사장이 16일 밤 집에서 목을 매 자살한 사건도 발생했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일본 정부에 대한 이 같은 불만은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가고시마 현 주조협동조합’은 행정당국이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오염된 쌀이 유통됐다면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일본이 2003년 중국에서 수입한 찹쌀 5000t 가운데 3500t이 농약에 오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미카사푸즈는 이 가운데 800t, 다른 오염 쌀 중에서 608t 등 1408t을 사들인 뒤 1020t을 식용으로 유통시켰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