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국무장관 5명 ‘美대통령 후보에 한마디’

  • 입력 2008년 9월 17일 02시 55분


키신저 “中 민족주의 득세땐 대재앙” 경고

파 월 “우정 - 피부색, 지지후보와는 별개”

15일 오후 미국 워싱턴의 조지워싱턴대 리즈너 오디토리엄. 1970년대 이후 미국의 외교를 이끌어 온 전직 국무장관 5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헨리 키신저(1973∼77년) 제임스 베이커(1989∼92년) 워런 크리스토퍼(1993∼97년) 매들린 올브라이트(1997∼2001년) 콜린 파월(2001∼2005년) 전 국무장관이 그 주인공. 주제는 ‘차기 미국 대통령이 직면할 도전의 세계’였다.

90분간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역대 국무장관들은 차기 미국 대통령이 역점을 둬야 할 외교정책으로 △동맹국과의 관계 강화 △이란에 대한 관여정책 추구 △러시아 중국과의 불협화음 최소화를 제시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 ‘핑퐁외교’를 통해 중국과 관계 개선에 나선 키신저 전 장관은 “중국에서 공산주의를 대체하는 이념으로 서방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는 민족주의가 득세한다면 커다란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손상된 대외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로는 올브라이트와 베이커 전 장관이 한목소리로 “관타나모 미군기지 내 테러리스트 수용시설을 폐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 중 누가 더 나은 외교안보 대통령이 될 것인가에 대한 토론도 있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첫 흑인 대통령의 당선은 전 세계에 새로운 미국의 탄생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며 오바마 후보 지지를 분명히 했다. 반면 베이커 전 장관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매케인 후보를 지지한다. 그가 적임자다”라고 강조했다.

중립을 표방하고 있는 파월 전 국무장관은 “난 미국인이다. 매케인 후보와의 30년 우정이나 오바마 후보와 같은 피부색이 나의 결정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며 “대선 후보 토론회가 끝날 때까지 결심을 미루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이번 대선이 정책 대결보다 흥미 위주의 자극적인 ‘사운드 바이트(단편적 논평)’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며 남은 50일 동안 △경제 살리기 △미국의 위상 회복 △서민 복지 향상 등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은 20일 오후 9시(한국 시간 21일 오전 10시) CNN을 통해 방송된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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