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美 ‘턱밑’서 11월 군사훈련

  • 입력 2008년 9월 10일 03시 02분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미국의 우파성향 국민들이 경계심을 갖고 보는 나라들이다. 특히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와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한 미국민들의 불신은 대단하다.

그 두 나라가 7월 정상회담에 이어 11월 미국의 턱밑인 카리브 해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갖기로 하자 미국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가 미국의 최대 적대국인 이란에 지어주고 있는 원자력발전소가 곧 가동에 들어간다는 소식도 동시에 들려왔다.

"냉전시대의 패권 재현을 꾀하는 러시아가 21세기 세계구도를 '친미 서방그룹 대(對) 반미 연대' 구도로 몰고 가려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카리브해로 진출하는 러시아 해군= 베네수엘라와 러시아 양국은 11월 카리브해에서 합동 해군 훈련을 갖는다고 9일 발표했다.

여기에는 러시아 북양 함대 소속의 핵 추진 순양함 표트르대제 함 등 4척이 참가한다. 표트르 대제 함은 세계에서 가장 큰 순양함으로 500대 이상의 지대지, 지대공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는게 미국 군사전문지 네이비인터내셔널의 분석이다.

또한 순양함에 탑재된 잠수함 공격용 러시아 전투기가 베네수엘라 기지에서 비행훈련을 실시한다.

러시아 해군대변인은 "이번 훈련은 그루지야 사태 이전부터 계획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러시아 정치권 인사들은 "그루지야 사태 이후 흑해에 출동한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국(NATO) 함정들에 대한 대응 조치"라고 풀이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전했다.

▽미국 반응= 미 행정부는 공개적으로는 "냉정하게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고든 존드로 대변인은 "훈련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자"고만 말했고, 브라이언 휘트먼 국방부 대변인은 "미군도 세계 곳곳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한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폭스뉴스 등은 "냉전시대의 필름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며 러시아가 주도하는 '반미 국가들의 결속' 움직임을 우려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7월 모스크바를 방문해서 "우리는 미국의 침략으로부터 주권을 지키기 위해 러시아와의 전략적 동맹이 필요하다"며 "러시아 전투기와 함정의 방문을 언제든 환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는 앞으로 러시아에서 20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구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는 이미 2005~2007년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40억 달러 어치의 무기를 구입한 최대 무기 고객 중 하나다. 또 차베스 대통령 방러때 러시아 대형 석유회사 3곳이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와 유전 개발 계약을 맺었다.

한편 이란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는 러시아 원자력수출 국영기업 아톰스트로이엑스포르트는 9일 "올 가을에 원자로가 가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모스크바=정위용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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