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국가 파워 수직상승

  • 입력 2008년 9월 5일 03시 00분


생산집중 극심… 한곳서만 공급차질 빚어도 폭등

지난 3년간 곡물가 급등으로 1억명 빈곤층 전락

바이오연료 생산 붐에 힘입어 세계 곡물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농업국가의 힘이 막강해지는 지정학적 변화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미국 월간 애틀랜틱 먼슬리 최신호가 보도했다.

2006년 세계 5대 석유생산국가의 산유량은 전체의 43%였다. 그러나 세계 5대 옥수수 생산 국가는 전체의 77%를 생산했다. 5대 쌀 생산국은 전체의 73%를, 쇠고기와 밀 5대 생산국은 전체의 60%를 각각 생산했다.

생산이 집중되다 보니 어느 한 곳에서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시장 전체에 메가톤급 영향이 미친다. 지난해 밀 주요생산국인 호주에 가뭄이 들자 밀 가격이 100% 폭등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시장에 거스르는 정치적 결정도 혼란을 부추긴다.

쌀 가격이 상승하자 인도 정부는 국내 수급을 위해 쌀 수출을 금지했다. 베트남과 이집트도 비슷한 결정을 했다.

그 결과 2006년 세계 곡물시장에서 333달러이던 쌀 t당 가격은 2008년 5월엔 963달러로 급등했다. 이처럼 곡물가격이 급등하면서 지난해 이후 식량부족에 항의해 폭동과 시위가 발생한 나라가 30여 개국에 이르고 있다.

특히 경제적으론 효율적이지 못하지만 ‘정치적’으로 인기 있는 바이오연료 생산량 증가 결정은 이런 혼란을 가중시켰다.

지난해 미국 옥수수 생산의 30%는 바이오연료인 에탄올 생산에 사용됐다. 이 때문에 옥수수 가격이 급등했다.

미국 정부는 바이오연료 수요 증가분이 식량가격 급등에 미친 파장은 ‘3% 인상’에 그쳤을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최근 세계은행은 “미국의 바이오연료 생산량 증가 결정이 세계식량가격을 75% 인상시킨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은행은 지난 3년간의 식량가격 급등으로 약 1억 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했다고 밝혔다. 지난 7년간의 경제성장이 물거품이 된 셈.

일부 중동 산유국은 식량수급 불안을 막기 위해 수단 등 아프리카 국가에 해외식량기지를 만들고 있다. 이런 해외식량기지는 ‘주권 농장’으로 불린다.

식량소비국들이 세계 식량시장의 동요에 영향을 받지 않고 식량생산국의 변덕에서 자유로운 완충지대를 건설하기 시작하면서 ‘식량생산 지도’까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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