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다 日총리, 野공세-낮은 지지율에 1년 못넘겨

  • 입력 2008년 9월 2일 02시 57분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가 1일 밤 총리직 사임을 발표하기 위해 마련한 긴급기자회견장에 침통한 표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가 1일 밤 총리직 사임을 발표하기 위해 마련한 긴급기자회견장에 침통한 표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 사임배경-향후 일정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정권이 결국 1년을 채우지 못한 채 단명정권으로 끝나게 됐다. 지난달 1일 전면 개각을 통해 재도약을 모색했던 후쿠다 총리가 이 시점에 갑자기 사임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왜 지금?=후쿠다 총리가 내세운 가장 큰 이유는 12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대책’이다. 그는 1일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다음 임시국회를 앞둔 시점에서 새 체제를 정비해 국회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사임의 변을 밝혔다.

그는 또 “지난주 종합적인 경제대책을 정리한 상태에서 총리로서 직무를 매듭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주당이 자신에 대해 사사건건 반대하는 가운데 법안을 통과시키려 해도 시간이 걸린다”며 “다음 임시국회에서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며 새 체제를 정비해 국회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임 이래 줄곧 지지율 저하로 고심해 온 후쿠다 총리로서는 달리 탈출구가 없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정가 일각에서는 12일 개막하는 임시국회에서 야당과의 줄다리기를 피하려 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와 닮은 꼴?=지난해 9월 12일 국회에서의 소신표명 연설 직전에 사임의사를 표명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에 이어 후임 후쿠다 총리마저 전격 사임을 표명하자 그 무책임성에 대해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뉴스에 놀란 정가에서는 “너무 갑작스럽다. 아베 전 총리도 무책임했지만 후쿠다 총리도 무책임하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전 민주당 정조회장은 “자민당 정치 자체가 이제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 중의원 해산 총선거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후쿠다 총리 자신은 기자회견에서 아베 전 총리의 사임과는 경우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국회를 도중에 그만둔다면 더욱 큰 공백을 만들게 되니 가장 영향이 적은 지금의 타이밍을 골랐다”는 것.

그는 ‘다른 사람이 총리를 맡으면 문제가 해결되겠느냐’는 질문에 “내가 맡고 있으면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분명하다. 내각 지지율도 있다”고 답했다. 총리 스스로 지지율이 낮은 것이 민주당의 강경 자세를 부르고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후쿠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사임 회견도 남의 일처럼 얘기한다’고 지적하자 “나는 내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게 가능하다. 당신과는 다르다”고 말하기도 했다.

후쿠다 정권에 대한 내각 지지율은 출범 당시 50%를 넘었으나 최근에는 20∼30%에 불과한 실정이다.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전 자민당 간사장은 “놀랐다. 이번 사임은 솔직히 자민당에는 큰 타격”이라고 지적하고 “이렇게 그만둘 것이면 외교관계 등을 좀 제대로 하지 그랬느냐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향후 정치일정=자민당은 총재 선거를 거쳐 선출된 인물을 총리로 추대하게 된다. 후쿠다 총리는 이후 총재 선거 일정을 정하는 문제 등은 이날 저녁 아소 간사장에게 일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아베 전 총리 사퇴 때는 9월 12일 사임의사 표명, 23일 후쿠다 자민당 총재 선출, 26일 총리 취임의 순으로 진행됐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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