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 아내를 희생양 만드나

  • 입력 2008년 8월 27일 02시 56분


아들부부도 “비자금 계좌 개설 어머니가 시킨 일”

천수이볜(陳水扁) 전 대만 총통의 아들 부부가 25일 새벽 귀국해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대만 일간 핑궈(빈果)일보가 26일 보도했다.

천 전 총통의 아들 천즈중(陳致中) 씨와 며느리 황루이징(黃睿정) 씨 부부는 이날 전격 소환돼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차명 행위만을 인정했을 뿐 검찰의 해외 계좌 조사에 동의하기를 거부했다.

검찰은 스위스와 싱가포르에 직원을 파견해 이들 정부의 협조를 받아 천 전 총통의 계좌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천즈중 씨 부부는 “스위스와 싱가포르 계좌는 모두 어머니(우수전·吳淑珍 여사)의 지시에 따라 이름만 빌려 줬을 뿐이며 케이맨 제도에 유령회사를 세워 거액을 송금한 것은 이렇게 하면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금융 전문가의 조언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계좌 추적 조사에 불응하고 있는 우 여사와 그의 친오빠 우징마오(吳景茂) 씨, 그리고 천즈중 씨 부부를 다시 소환해 4자 대면할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천즈중 씨 부부는 검찰 조사에 앞서 타오위안(桃園)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비자금 계좌 개설은) 정확히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 동기를 물을 수도 없었다. 자금 출처도 (아버지의 선거 후) 남은 돈이라는 것만 알 뿐 나머지는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한 번도 부모님이 불법행위(돈세탁)를 했을 것이라고 의심해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천 전 총통도 해외 계좌에 대해 “부인이 한 일을 뒤늦게 알았다”라고 말하고, 우 여사 역시 “남편은 모르는 일”이라며 스스로 모든 책임을 떠맡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대만 언론은 전했다.

중국의 환추(環球)시보는 최근 천 전 총통의 해외 비자금 은닉 수사를 보도하면서 “천 전 총통이 부인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려 한다”고 꼬집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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