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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30일 10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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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주장을 내놓은 사람은 6년전 중국 명(明) 시대의 환관 정허(鄭和) 제독이 이끄는 함대가 콜럼버스보다 74년 이른 1421년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는 책을펴내 세계적 인기작가 반열에 오른 개빈 멘지스.
멘지스는 지난달 발간한 '1434 : 중국, 르네상스를 촉발하다'란 저서에서 다빈치의 발명품이 중국에서 전래된 도면을 발전시킨 결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정허 함대는 1434년 이탈리아를 방문해 당시 교황 에우제니오 4세에게 세계지도와 천문도, 기계도면 등 중국의 앞선 기술을 전파했으며, 1452년생인 다빈치는 이를 토대로 각종 설계도를 그려냈다는 것이다.
1313년 중국 원(元) 시대 왕정(王幀)이 쓴 '농서(農書)'와 1430년대 초기 중국 서적에 실린 공성병기(攻城兵器)와 물레방아, 양수기 등의 도면이 다빈치의 설계도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 이러한 주장의 근거다.
멘지스는 "다빈치의 그림과 농서를 비교하면 다빈치가 그려낸 기계들이 중국 서적의 보다 단순한 그림에서 유래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며 "다빈치는 기본적으로 모든 것을 3차원으로 다시 그려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허 함대가 1434년 이탈리아에 도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탈리아 수학자 토스카넬리의 1474년 편지 사본에 "에우제니오 교황 재임시 중국 사신이 그를 찾아왔다"는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이 편지 사본은 콜럼버스가 남긴 자료 중 하나다.
멘지스는 중국 함대의 방문이야말로 '진실로 르네상스를 촉발한 요인'이라면서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유럽 중심적 역사관에 대한 고통스런 재평가'가 필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토스카넬리의 편지 원문은 중국 사신의 방문으로 해석할 만큼 명시적이지 않은 데다, 도면이 비슷하다는 것만으로 한쪽이 다른쪽을 베꼈다고 주장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비판이다.
멘지스는 2002년 정허 함대가 세계 최초로 미 대륙을 발견하고 마젤란보다 100년 앞서 세계를 일주했다는 내용을 다룬 '1421 - 중국, 세계를 발견하다'란 책을 펴내 큰 인기를 모았지만 학계는 이를 난센스로 취급해 왔다.
<동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