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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3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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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캠프에서 일하다 법무부에 채용된 30대 여성이 ‘이념’을 잣대로 법무부의 간부 인사를 좌지우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 법무부 감찰관실은 2006년 3월부터 1년여간 법무장관실 카운슬러로 일했던 모니카 구들링(35) 씨가 공무원 복무 인사 규정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28일 발표했다.
대학원 졸업 직후인 2000년 대선 때 조지 W 부시 후보 캠프에서 조사원으로 일하다 법무부 공보관실에 취업한 구들링 씨는 남다른 성실성이 눈에 띄어 장관실로 발탁됐다.
부시 대통령의 심복으로 불렸던 앨버토 곤잘러스 법무장관 시절인 2006년 3월 구들링 씨는 장관에게 인사권이 있는 모든 정치적 임명직 자리의 채용을 심사하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백악관과 법무부 간 연락관도 겸했다.
이때부터 구들링 씨는 장관비서실장인 카일 샘프슨 씨와 함께 유례없는 ‘코드인사’를 남발했다. 이념적으로 맞지 않는 것 같은 지원자에겐 여지없이 ‘비토권’을 행사했다.
테러리즘 담당 검사 자리에 지원한 한 변호사는 부인이 지역 민주당 열성당원이란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민권국 간부 지원자들은 소속 정당, 후원금 납부 실적을 적어내야 했다.
검사나 이민 담당 판사 지원자 중 최소한 34명이 취업 인터뷰 때 구들링 씨에게서 낙태에 대한 의견을 질문 받았다고 증언했다. 21명은 동성결혼에 대해 의견을 말해야 했다.
감찰관실은 수백 명의 지원자가 정치적 기준에 의해 고용을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구들링 씨는 지난해 검사 파면 파동 때 사직했다.
구들링 씨의 ‘코드인사’에 곤잘러스 장관이 직접 개입하지는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네오콘(신보수주의)의 영향력이 남아있던 시절 부시 행정부에서 ‘이념’이 얼마나 판쳤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또 하나 추가됐다는 게 미국 사회의 반응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