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보수파의 ‘마잉주 길들이기’

  • 입력 2008년 7월 30일 02시 58분


中요청 없는데도 대만총통 美숙박 거부

‘미국이 마잉주(馬英九·사진) 총통 길들이기에 나섰다.’

마잉주 대만 총통이 취임 후 처음으로 다음 달 중남미를 순방하면서 ‘미국 경유’에 따른 예우와 관련해 이런 말이 나오고 있다.

마 총통은 다음 달 12일부터 남미 파라과이와 도미니카를 방문할 예정. 갈 때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 때는 샌프란시스코에 숙박하지 않고 경유만 하는 일정이다.

이는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이 2000년 취임 후 첫 중남미 순방 때 뉴욕을 방문하고 1박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비해 낮은 대우다. 미국은 후에 천 전 총통에게 몇 차례 미국을 들르면서 ‘숙박하지 않는 경유’만을 허용했다. 중국의 거센 항의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중국 측 항의가 없는데도 미국 스스로 마 총통을 홀대했다.

1995년 리덩후이(李登輝) 총통 시절 미국은 리 총통의 방미를 허용해 중국이 미사일 발사 실험 등 무력시위를 하고 미국은 항모를 출동시키기도 했다. 그만큼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은 중국 미국 대만 간 관계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였다.

이번 마 총통의 미국 ‘숙박 경유 무산’에 대해 중국 환추(環球)시보는 “마 총통이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함에 따라 미국 보수파가 반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16일 키머시 키팅 미 태평양사령관이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을 잠정 동결한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 잠정 동결은 대만과 중국 간 화해 무드를 돕고 미국도 중국으로부터 호감을 얻는다는 포석도 있으나 그보다는 대만에 대한 경고로 해석되고 있다.

심지어는 “양안이 너무 급속히 가까워지고 미국이 소외되면, 왜 미국이 장래 인민해방군 손에 들어갈 무기를 판매하느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환추시보는 “미국과 대만의 군사 관계는 부부가 서로 냉각 단계에서 이혼으로 넘어가는 단계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마 총통은 이번 순방 때 전용기를 타지 않고 일반인과 함께 자국 민항기를 타고 출국한다. 또 부인도 동반하지 않는 데다 수행원도 줄여 과거 총통 외유에 비해 비용을 절반 정도로 줄이는 순방을 할 예정이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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