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민주화 시위’ 사진 속 청년 美망명

  • 입력 2008년 7월 12일 03시 00분


고문으로 몸 오른쪽 마비… 올해 초 이라크로 탈출

1999년 이란 전역에서는 대학생들이 검열 반대와 지식인 탄압 중지, 민주주의 확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22세의 청년이었던 아마드 바테비 씨도 그중 하나였다. 그는 비밀경찰에게 맞아 숨진 친구의 피 묻은 셔츠를 높이 쳐들었다.

현장에 있던 로이터통신 사진기자가 그 모습을 촬영했고, 그 사진은 영국 시사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 표지(사진)를 장식했다.

이후 상상하기 힘든 고초를 겪다 올해 3월 이란을 탈출해 미국에 온 바테비 씨가 이노코미스트 최근호와 미국의 소리(VOA) 방송 등에 등장했다.

그가 술회한 사진 게재 이후의 상황은 다음과 같다. 그는 곧바로 공안당국에 체포됐다. 심문자들은 “너는 그 사진으로 사형집행서에 스스로 서명했다”고 비웃으며 그를 고문했다. 그가 쳐들었던 티셔츠의 핏자국이 페인트로 조작한 것이라는 허위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서였다.

눈을 가린 채 실신할 때까지 구타당하기 일쑤였고 심문자들은 질식하기 직전까지 오물에 그의 얼굴을 집어넣었다. 고문 받는 여성의 비명소리가 녹음된 테이프를 들려주며 “네 엄마의 목소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국제적 구명운동이 일어 15년 징역형으로 감형됐다. 독방에 갇힌 그는 고문 후유증으로 뇌중풍(뇌졸중)을 일으켰고 몸 오른쪽의 감각을 잃었다.

올 3월 통원치료를 받으러 가던 중에 그는 이라크로 탈출했고 지난달 24일 드디어 미국에 도착했다.

이란의 케이한통신은 “바테비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돈을 받은 자”라며 “탈출한 뒤 그는 이란 내 반혁명 서클에서도 제명됐다”고 비난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