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만 아일랜드 때문에...” 4억 명 유럽 엄청난 충격

  • 입력 2008년 6월 13일 23시 14분


유럽연합(EU)의 개정조약인 리스본조약이 결국 아일랜드 국민투표의 벽을 넘지 못했다. 13일 숨죽이며 아일랜드 개표결과를 지켜봤던 유럽 전역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4백만의 인구로 EU 전체 인구(4억9천만 명)의 1%도 못되는 아일랜드가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몇 년 동안 씨름하며 어렵게 만든 리스본 조약을 수포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리스본 조약은 27개 회원국 모두의 비준을 거쳐야 되기 때문에 한나라만 반대해도 발효될 수 없다.

아일랜드를 제외한 나머지 26개 회원국은 비준 부담을 덜기위해 국민투표가 아닌 의회 비준을 선택했으며 프랑스, 독일 등 이미 18개국이 비준을 마쳤다.

리스본 조약은 2005년 프랑스와 네덜란드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EU 헌법을 대체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 해 10월 EU 정상회의에서 진통 끝에 간신히 합의가 이뤄졌다.

이 조약은 EU 대통령직과 외교총책직을 신설하는 등 27개 국으로 몸집이 불어난 EU의 효율적 기능을 위한 개혁조항을 담고 있어 지난 해 통합 50주년을 맞은 EU의 오랜 숙원인 정치통합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유일하게 국민투표를 실시한 아일랜드에서 결국 좌초함에 따라 EU 전체가 궁극적으로 `EU 합중국'으로 가기위한 정치통합의 꿈이 또다시 좌절되면서 심각한 정치적 혼란 또는 위기에 처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EU 정상들은 리스본 조약이 부결될 경우 EU가 어떤 대책을 취해야 할 지 아무런 대안도 마련해두지 않은 상태여서 정치적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아일랜드 국민투표 부결 원인은?

유럽연합(EU) 리스본 조약을 부결시킨 "13일의 금요일."

리스본 조약의 찬반을 묻는 아일랜드 국민투표 결과가 13일 '부결'로 나옴에 따라 아일랜드는 EU 27개 회원국의 정치적 통합을 저지한 반 유럽 국가라는 지탄을 면치 못하게 됐다.

리스본 조약이 부결된 데는 예상보다 낮은 45%의 투표율이 크게 작용했다. 강한 신념을 가진 반대파들이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투표 참가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반대 진영은 리스본 조약이 ▲아일랜드의 군사적 중립성을 침해하고 ▲만장일치제를 다수결로 바꿈으로써 유럽 내 아일랜드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EU 세제 단일화로 국내 세제가 타격을 받고 ▲가톨릭 국가로서 낙태권이 약화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백만장자 사업가인 드클랜 갠리가 이끄는 싱크탱크 리버타스 연구소는 130만 유로를 쓰며 리스본 조약 반대운동을 이끌었고, 정치권에서 가톨릭 정당 신페인당과 사회당이 이에 합세했다.

이번 국민투표 부결의 최대 원인은 무엇보다 호황을 누리던 경제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 있다.

아일랜드 실업률은 이번 주 수 십 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고, 유가와 식품 가격이 치솟으면서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국민의 마음을 위축시켰다.

뇌물 스캔들로 지지율이 떨어진 버티 어헌 전 총리는 지난 4월 리스본 조약의 부결을 우려해 브라이언 코웬에게 총리 자리를 물려주며 퇴진했지만, 이미 정부에 대한 지지도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일랜드 유권자들이 리스본 조약의 지지를 촉구하는 정치 지도자들을 신뢰하지 않고 외면했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리스본 조약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은 부차적 문제였다고 코웬 총리는 말했다.

그러나 BBC 기자는 유권자들이 리스본 조약의 실체를 잘 이해하지 못해 무조건 반대표를 행사한 것 같다며 정치권이 국민 설득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4억9천만 명에 이르는 EU 전체 인구의 장래를 결정해야 하는 부담을 소국 아일랜드 국민에게 떠맡긴 데 대한 분노심도 작용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리스본 조약이 결함이 있는 조약이기 때문에 리스본 조약을 부결시킬 책임을 떠맡을 희생양으로 아일랜드를 택했다고 일부 아일랜드 사람들을 불평하고 있다.

최근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무장관이 "리스본 조약 부결 시 첫 번째 희생자는 아일랜드인이 될 것"이라며 "아일랜드는 EU로부터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렸다"고 말한 것도 리스본 조약에 대한 반감을 부채질했다.

특히 아일랜드 경제 기적의 혜택을 입지 못한 여성, 젊은이, 농촌 주민, 빈민층이 리스본 조약에 반감을 드러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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