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여성 표심 꼬시기

  • 입력 2008년 5월 18일 18시 06분


'여자가 여자를 안 찍으면 배신이라고 누가 그래?'

미국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이 흔들리고 있다. '첫 여성 대통령' 탄생의 꿈을 부풀게 해줬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상원의원의 패색이 짙어지면서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여성단체들이 늘어날 조짐이다.

여성인권과 낙태권리 옹호단체인 전국낙태출산권행동연맹(NARAL)은 그동안 힐러리 후보를 지지해왔으나 지난주 태도를 바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지지를 선언했다. 낸시 키넌 NARAL 대표는 "후보의 성별이 문제가 아니다"며 "우리는 변화를 이끌어낼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시사주간 타임 최신호는 이 소식을 전하며 페미니스트를 비롯한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어느 후보를 지지할 것인지를 놓고 심각한 고민과 함께 격렬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성 정치인 지원단체인 '에밀리 리스트'를 설립한 앨런 말콤 씨조차 "오바마 후보가 대선주자로 최종 결정되면 그를 위해 뛸 것"이라며 여운을 남기고 있다는 것.

힐러리 후보에 호의적인 선거 전문가들도 "오바마 후보는 절대 안 찍겠다고 공언하던 여성들마저 결국 그를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시인했다. 민주당 후보를 백악관에 보내야 한다는 목표의식이 성별 문제를 앞선다는 설명이다.

힐러리 후보에게서 떨어져 나오는 여성 표를 끌어오려는 남성 후보들의 경쟁도 치열해졌다고 뉴스위크 최신호는 전했다.

오바마 후보 캠프는 그가 할머니와 어머니, 부인인 미쉘 씨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부각시켜 여성 표심을 공략할 계획이다. 낙태와 여성 권리, 남녀 근로자의 동등한 임금 등 이슈들에 있어 힐러리 후보의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 측도 힐러리 후보를 지지했던 독립적 성향의 백인 커리어우먼들이 오바마 후보보다는 매케인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하고 있다.

매케인 후보의 강경한 낙태 반대에 대해서는 "이것이 반드시 반(反)여성적인 것은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다. 올해 초 가족계획연맹(Planned Parenthood)이 여성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매케인 후보를 지지하는 여성 중 49%는 낙태에 찬성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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