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무너져 900여명 매몰… 도시 전체가 폐허로”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5월 13일 02시 59분



주요 대도시 고층빌딩 긴급대피-야간 통제령
160여 차례 여진 발생… 대만서도 건물 흔들
올림픽 석달 앞두고 대재난… 수습대책 부심
후진타오 “軍 긴급투입”-원자바오 현장 지휘

올림픽 성화 봉송으로 축제 분위기에 들떠있던 중국 전역은 12일 쓰촨(四川) 성발 지진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순식간에 혼란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진앙에서 70km 떨어진 현 한 곳에서만 3000∼5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진앙인 원촨(汶川)은 교통과 통신이 두절돼 피해 상황마저 집계하지 못하고 있어 1976년 탕산(唐山) 대지진 이후 최악의 참사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서남부의 교통 허브인 청두(成都) 공항이 폐쇄되고 열차 운행마저 중단되면서 중국의 교통에도 일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더욱이 지진 발생 3, 4시간 만에 전국에서 160여 차례의 여진이 계속돼 후속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와 각 지방정부는 전국 주요 대도시의 고층빌딩에 긴급 대피령과 함께 ‘야간 진입 통제령’까지 내려 일반 업무에도 큰 차질이 빚어졌다.
○…지진 피해 지역의 교통과 통신이 일부 회복돼 피해 집계가 이뤄지면서 인명 및 재산피해가 눈 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진 발생 지역인 원촨에서 100km 떨어진 두장옌(都江堰) 시는 무너진 고등학교 건물에 매몰돼 있던 900여 명의 학생 중 50여 명이 사망하는 등 도시가 온통 폐허로 변했다고 신화통신은 보도했다. 건물 상당수가 균열이 가고 유리창이 파손된 것이 많았다. 시민들 대부분은 거리로 나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번 지진은 ‘몸으로 느끼는 지진 지역’의 범위가 광범위했다. 쓰촨 성에서 처음 발생한 지 7분 후에 베이징(北京)에서도 진동이 시작돼 2분간 계속되고 8분 후에는 대만에서도 건물이 흔들릴 정도였다.
중앙지진국 장훙웨이(張宏衛) 대변인도 이날 오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진은 동쪽으로는 상하이(上海)와 산둥(山東) 성, 서쪽으로는 닝샤(寧夏) 칭하이(靑海), 그리고 북으로는 네이멍구(內夢古)의 후허하오터(呼和浩特)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감지됐다”고 말했다.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전국 31개 성 시 자치구 중 티베트와 동북3성 일부 지역을 제외한 광범위한 지역에서 지진이 감지됐다.
홍콩 천문대 측은 쓰촨 성 강진의 여파로 홍콩에서도 트럭이 옆을 지나갈 때 느끼는 정도의 경미한 지진이 감지됐다고 밝혔다. 또한 지진이 감지된 대부분의 지역 주민들이 현기증을 느끼고 구토 증세를 보일 정도로 지진의 느낌이 강했다고 전했다.


○…지진 직후 중국 정부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직접 쓰촨 성에 가 현장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구조작업을 지휘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섰다.
원 총리는 중국중앙(CC) TV와 청두행 비행기 안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번 지진을 ‘대재난’으로 규정하면서 침착한 대응을 당부했다. 원 총리는 “재난에 대처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침착함과 자신감, 용기, 강력한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12일 대지진 피해지역에 인민해방군을 투입할 것을 긴급 지시했으며 청두군구와 무장경찰 쓰촨총부 등은 5000여 명의 병력을 파견해 구조작업을 지원했다.
12일은 중국 올림픽 대표팀 유니폼 발표회가 있은 날. 8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축제일이었지만 빛이 바랬다. 티베트 사태가 한풀 꺾이면서 한시름 돌렸던 중국 지도부는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올림픽을 앞두고 올해 들어서만 춘제(春節·설) 직전 50년 만의 폭설과 중국산 농약만두 파동에 이어 3월 티베트 독립 시위, 성화 봉송 방해 등 각종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중국 지도부가 국운 신장의 기회로 여겼던 올림픽이 채 꽃을 피워 보지도 못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베이징 시는 지진이 발생한 12일 오후 8시 이후 고층빌딩 사무실의 출입을 금지했다. 강한 여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필요한 물건은 사무실에서 미리 꺼내가도록 했다.
베이징 시내 ‘현대자동차 빌딩’에 입주해 있는 한 한국업체 관계자는 “사무실에서 늦게까지 업무를 봐야 하는데 야간에 출입을 금지한다는 통보가 와 급히 사무실에서 컴퓨터 등 필요한 물건을 가지고 나와야 했다”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 쓰촨성, 진도 7.8 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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