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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5월 7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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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산업화-유럽 에너지 확보 ‘윈윈 게임’
유가가 계속 치솟는 가운데 한때 대체에너지로 주목받던 바이오연료가 최근 식량위기로 효용이 의문시됨에 따라 태양에너지가 유럽의 에너지 대안으로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풍부한 일조량을 갖춘 아프리카와 중동의 사막지대가 불모지에서 새로운 약속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최근호에서 전했다.
이에 따르면 유럽 과학자들의 모임인 지중해종단재생가능에너지조합(TREC)은 사막지대를 이용해 태양에너지를 생산하는 ‘데저텍(DESERTEC·desert+technology) 프로젝트’를 최근 유럽연합(EU)에 공식 제안했다.
이 프로젝트는 모로코 알제리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와 요르단 시리아 등 중동의 지중해 연안국에 태양광 및 태양열 발전소를 세워 생산한 전기를 해저 송전망으로 유럽에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EU는 2050년까지 4000억 유로를 투자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독일우주센터(DLR)의 한스 뮐러스타인하겐 박사는 “현재의 세계 에너지 위기는 총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에너지의 변환과 분배의 문제”라며 “태양에너지가 미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하라사막에 쏟아지는 태양에너지는 연간 63만 TWh(테라와트시·1TWh는 10억 kWh)인데 비해 유럽의 연간 에너지 사용량은 4000TWh에 불과하다. 사하라 사막 태양에너지의 0.6%만 활용해도 유럽의 에너지 문제가 해결되는 셈이다.
태양광 및 태양열 발전기술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태양에서 나오는 복사에너지를 흡수해 열에너지로 변환하거나 고밀도로 집광해 전기로 변환하는 비교적 간단한 기술이다. 이미 미국 캘리포니아의 모하비 사막은 물론 스페인 호주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적은 일조량 때문에 상용화가 쉽지 않았다.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에 비해 생산비용이 비싼 것도 단점. 하지만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바이오연료도 비판의 도마에 오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2020년까지 20%로 끌어올린다는 EU의 계획 달성을 위해서도 태양에너지 활용이 시급해졌다.
송전 기술의 발달로 대륙 간 장거리 송전이 가능해진 것도 태양에너지가 대안으로 떠오른 데 한몫했다. TREC 측은 “유럽의 전통적인 교류 송전망을 고압직류(HVDC) 방식으로 바꾸면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송전할 때 전력 손실을 3%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슈피겔은 “DESERTEC 프로젝트는 유럽의 에너지 확보뿐만 아니라 북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의 산업화에도 도움이 되는 윈윈 게임”이라고 분석했다. 놀리고 있는 사막에 첨단 재생에너지 산업기지를 건설해 일자리를 만들고 산업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전력 생산 후 남은 열로 바닷물을 담수화하면 숙원인 식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리비아 모로코 알제리 등은 태양에너지 사업을 국가 미래 산업으로 보고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슈피겔은 “산업화에 뒤떨어진 아프리카 대륙이 굴뚝 산업을 뛰어넘어 곧바로 첨단 미래산업으로 도약하는 기회를 얻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