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를 보라… 혼혈이 아름답다”

  • 입력 2008년 5월 1일 02시 56분


美 전체 인구의 3%… 오바마 선전에 주목

다문화 경험 살려 사회 각 분야서 약진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씨가 자신의 프로에 출연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에게 물었다.

“타이거, 당신의 혈통은 어떻게 되나요?”

우즈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나의 혈통은… 캐블리네시안(Cablinasian)입니다.”

백인(Caucasian), 흑인(black), 아메리카 인디언(Indian)의 피가 섞인 아버지와 아시아계(Asian·태국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점을 재치 있게 표현한 것이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선전하면서 미국 사회에서 혼혈(Mixed Race)이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인구통계국은 2000년 조사에서 인종조사 항목에는 응답자들이 자신의 인종을 2개 이상으로 답변할 수 있도록 했다. 미 인구통계국이 공식적으로 혼혈인구를 조사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그 결과 자신을 혼혈이라고 답변한 미국인은 700만 명에 가까워 전체 인구의 3%에 달했다. 자신의 인종이 ‘3개 이상’이라고 답변한 사람도 45만여 명이었다. 실제 혈통은 혼혈이지만 인정하지 않은 사람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700만 명에 육박하는 미국 혼혈인구의 41%는 18세 미만이었다. 최근 20년 사이 특히 다른 인종 간의 결혼이 많았던 점을 보여준다.

2000년 조사에서 다른 인종으로 이루어진 부부는 310만 쌍으로 전체의 6%에 달해 ‘나는 혼혈’이라는 답변 비율의 두 배였다. 역시 인종의 벽을 넘어 결혼하는 젊은이가 부쩍 늘어난 증거로 볼 수 있다.

○ 다양한 문화 노출돼 이점도

인구통계국의 통계 발표 이후 혼혈 권익기구들의 활동도 서서히 활기를 띠고 있다. 대학교 커리큘럼에도 혼혈 관련 강좌가 속속 생겼으며 인터넷 등을 통해 활동 폭을 넓혀가고 있다.

오바마 후보는 자서전에서 “피부가 다른 흑인에 비해 희다는 이유로 어릴 때 흑인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받았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는 시카고에서 정치를 시작했을 때도 흑인 사회에서 ‘진짜 흑인이 아니다’라는 비판을 받았다.

상당수 혼혈 미국인은 어릴 때 오바마 후보처럼 정체성의 위기를 겪는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제니퍼 브래터 라이스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에 다닐 때 ‘100% 흑인여성’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다녔다”고 밝혔다.

그러나 혼혈의 장점을 이용해 미국 사회에서 성공한 사례도 많다.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문화에 노출된 것이 사회에 적응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근 ‘터미네이터4’의 여주인공에 캐스팅된 문 블러드굿처럼 한국계 혼혈 출신으로 뜨는 연예인도 있다.

○ 오바마에 쏠리는 기대

미 민주당 대선후보 예비경선에서 혼혈인 오바마 후보가 선전하는 것은 특히 혼혈 미국인들에게 미국 사회에서의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높여주고 있다.

존스홉킨스대에 재학 중인 낸시 피어슨 양은 백인 아버지와 대만 어머니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중국어도 완벽하게 구사하는 피어슨 양은 앞으로 동남아시아 국가를 전공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는 “오바마 후보 때문에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혼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오바마 “그는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다”

라이트 목사 발언 비난하며 선긋기

“나는 그의 발언에 분개했고 슬펐다. 내가 어제 본 그 사람은 내가 20년 전 만난 그 사람이 아니다.”

29일 미국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음성엔 약간 분노가 서린 듯 했다. 민주당 경선 막판 결전인 6일 프라이머리(예비경선)를 앞두고 노스캐롤라이나 주를 누비던 오바마 의원은 이날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담임목사였던 제러마이어 라이트 목사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라이트 목사의 28일 워싱턴 내셔널프레스클럽 연설 직후 오바마 의원은 “그는 나를 위해 발언하는 게 아니다”고만 했다. 하지만 그는 하루 만에 작심한 듯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그의 발언은 섬뜩하다. 분열적이며 파괴적이다. 충격을 받았고 놀랐다. 내 생각과는 반대다. 그의 발언은 흑인 교회의 전망을, 나의 가치와 신념을 정확히 묘사하지 않는다.”

주요 언론들은 ‘사실상의 의절(義絶) 시도’라고 표현했다. 오바마 의원으로서는 ‘이번 파문에 더 말려들면 슈퍼대의원들 사이에서 본선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될 것’이란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각별함 이상’이었다. 오바마 의원은 1988년 라이트 목사의 ‘희망의 담대함’이란 설교를 듣고 개신교 신자가 됐다. 친지들은 오바마 의원이 흑인 커뮤니티와 아프리카를 껴안는 데는 라이트 목사의 교회에 다닌 게 큰 도움이 됐다고 전한다. 오바마 의원을 스타로 만든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과 2006년 출간한 자서전 제목도 ‘희망의 담대함’이다. 결혼식 주례와 두 딸에게 세례를 준 이도 라이트 목사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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