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국가간 장벽 新민족주의 거세진다

  • 입력 2008년 4월 30일 03시 00분


자원의 국유화… 국부펀드 자국이기주의…

보호무역등 국가 역할 커져 글로벌화 위축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

‘세계화의 전도사’로 불리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 씨가 2005년 낸 책의 제목이다. 이 책에서 그는 인터넷과 기술의 발달로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국가 간 경계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이 주장은 현실감을 잃은 듯이 보인다. 28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신(新)민족주의(New Nationalism)가 도래하고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글로벌화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선 많은 분야에서 국가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의 자원 분배가 대표적이다. 국제유가가 상승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러시아,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등은 유전을 비롯한 에너지원의 국유화를 잇달아 단행했다.

국제 자본시장의 권력이동도 개별 국가들의 힘을 보여 주는 사례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러시아 등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에 손을 벌려야 했다. 그러나 이제 IMF나 세계은행에 손을 벌리는 국가들은 크게 줄어들었다. 오히려 중동과 아시아 국가들의 국부(國富)펀드가 미국과 유럽 금융회사들의 새로운 자금줄로 등장했다.

국가 간 무역 장벽도 갈수록 높아진다. 세계화의 첨병인 미국에선 보호무역 성향이 강화되면서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 2명이 모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이민에 대한 규제도 미국에서부터 인도에 이르기까지 갈수록 강화되고 있어 국가 간 노동력 이동도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화의 촉매 역할을 했던 인터넷에서도 새로운 장벽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국이나 인도, 러시아 등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인터넷 주소 배정 방식을 각국의 고유 언어로 운영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이 대표적 사례. 이 방안이 실현되면 나라마다 자국 누리꾼들은 인터넷에 접근하기 한결 쉬워지지만 해외 누리꾼들의 접근은 어려워진다.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공사(IFC)의 마이클 클라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민족주의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국가 간 이해관계가 각각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 글로벌 이슈에 대한 국제적인 대응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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