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4월 8일 02시 5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수출도 주춤… 10년 넘게 이어온 고속성장 삐걱
‘켈트의 호랑이(Celtic Tiger·아일랜드의 경제 붐을 일컫는 말)’는 이제 옛말이 되나.
10년 넘게 연 6% 넘는 성장신화를 이어 오던 아일랜드 경제가 유로화 강세와 인건비 상승으로 ‘거북이걸음’을 걷기 시작했다고 미국 경제주간 비즈니스위크 최신호가 보도했다.
이 잡지는 ‘아일랜드, 기적은 끝났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현재 아일랜드의 실업률이 6%까지 치솟았고 최대 성장엔진인 수출업계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 기업들은 비용 지출이 계속 늘자 아일랜드를 떠날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
아일랜드는 30여 년 전 세금을 크게 낮추고 고등교육에 과감한 투자를 하는 한편 규제를 완화하면서 고속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1996년 이후엔 10년 넘게 연평균 6.5%의 경제성장을 계속해 왔다.
하지만 최근 유로화와 파운드화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수출이 크게 위축됐고, 한때 서유럽 최저 수준이었던 노동자 임금도 이제는 유로지역 평균 임금을 웃돌면서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이 잡지는 분석했다.
아일랜드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06년 제조업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은 약 26달러(약 2만5200원)로 미국(약 24달러·약 2만3300원)보다 높다. 하지만 폴란드의 시간당 임금은 약 5달러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일랜드에 진출한 다국적기업들이 잇따라 직원 수를 줄이거나 신규 투자 일정을 뒤로 미루고 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심지어 공장을 폐쇄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5월 모토로라는 아일랜드 먼스터 주 코크 공장을 폐쇄하고 직원 330명을 해고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세계 최대 생물공학회사인 암젠도 코크에 10억 달러를 들여 제조공장을 지으려던 계획을 연기했다.
이들 기업은 “아일랜드의 기업 환경이 나빠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업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경제학자들은 아일랜드의 성장모델을 따라하는 개발도상국들이 늘어나는 데다 유럽연합(EU)이 유럽 전역의 세율을 비슷하게 조정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에 외국 기업들에 아일랜드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