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뒤흔드는 ‘이슬람 논쟁’

  • 입력 2008년 3월 1일 03시 21분


‘이슬람 논쟁’이 유럽을 흔들고 있다. 영국에서는 지난달 내내 이슬람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가 잇따라 터져 나왔고, 네덜란드 덴마크 등 유럽 각국도 이슬람 관련 논쟁으로 들썩거리고 있다.

▽‘논쟁의 홍수’에 빠진 영국=지난달 7일 진보적 성향의 영국 성공회 수장인 로완 윌리엄스 대주교가 “영국에서 샤리아(이슬람법)를 일부 도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한 것이 영국 내 이슬람 논쟁의 도화선이 됐다.

그는 “샤리아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이자는 게 아니라 가사, 민사 분쟁에 한해 일부만 인정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언론과 정치권은 연일 윌리엄스 대주교를 강하게 성토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경찰 통계를 인용해 “영국에서 해마다 1만7000명의 무슬림 여성이 ‘명예폭력’이라는 명분 아래 폭행당하고 있다”며 윌리엄스 대주교를 압박했다.

영국 정부는 “국가의 법을 위반하는 행동을 샤리아가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고, 야당인 보수당도 “모든 국민은 영국 법을 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17일에는 영국 정부가 이슬람권의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서구 국가 중 처음으로 ‘이슬람 채권(수쿠크)’ 방식의 국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영국 경제에 이슬람권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이슬람에 대한 공포와 현실=이슬람 논쟁은 영국만의 일이 아니다. 네덜란드에서는 보수적 정치인인 게르트 빌더스 의원이 코란을 비난하는 내용의 영화를 곧 방영하겠다고 밝혀 이슬람권의 분노를 사고 있다.

덴마크 신문들이 최근 마호메트 풍자 만평을 다시 실은 것도 이슬람권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수단 정부는 지난달 27일 덴마크 제품에 대한 수입 금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 논쟁 속에는 유럽 내에서 정치 사회 경제적 비중이 커지고 있는 무슬림에 대한 유럽인들의 경계 심리가 깔려 있다.

유럽 내 무슬림 인구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의 분석을 인용해 2005년 유럽 내 무슬림 인구를 1500만∼2000만 명으로 추산하고 높은 출산율과 이민 증가로 2025년에는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무슬림에 대한 경계 심리가 ‘이슬람 공포증(Islamophobia)’의 확산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영국 비영리단체 ‘희망프로젝트’의 폴 브룩스 사무총장은 “이슬람 공포증이야말로 우리가 토론해야 될 문제”라고 꼬집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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