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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2월 1일 02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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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40억달러… 메릴린치 CEO후보 거론 등 상한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홍역을 앓고 있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갑자기 부상하거나 큰돈을 번 사람들도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는 요즘 경제학계의 ‘떠오르는 별’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말 그를 초청해 특별 강연을 들었고, 얼마 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그는 인기 연사였다.
루비니 교수는 놀랍게도 미국 주택경기 침체와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문제점을 2006년에 정확히 예측했다. 당시만 해도 그는 미국 경제학계에서 외로운 비관론자 신세였다. 하지만 예측이 맞아 떨어지면서 뒤늦게 그의 선견지명이 주목받고 있다.
경제전문 케이블방송인 미국 CNBC는 얼마 전 ‘짐 크레이머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으로’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한 미국인의 모습을 방영했다. 성공한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크레이머 씨는 인기 있는 방송인으로 CNBC의 ‘매드머니’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방송 도중 벤 버냉키 FRB 의장을 공개적으로 ‘성토’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책상물림인 버냉키 의장은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미국 경제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는데 도대체 FRB가 하는 일이 없다. 시장을 찾아가 보라. 지금은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해야 할 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대부분의 월가 금융회사는 막대한 손실을 기록하고 있지만 위기를 이용해 떼돈을 벌어들인 사람도 많다.
헤지펀드인 ‘폴슨앤드코’를 운영하는 존 폴슨 씨는 미국 주택시장의 버블 붕괴를 예상하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담보증권 가치 하락 쪽에 돈을 걸었다. 결국 폴슨앤드코는 590%에 이르는 수익을 냈고, 폴슨 씨 개인에게는 30억∼40억 달러의 성과 보수가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성과보수는 월가 역사상 최대 액수로 추정된다.
헤지펀드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도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금융시장에 시한폭탄이 될 것으로 일찌감치 예상하고 2005년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관련된 채권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월가의 다른 금융회사보다 1년 반이나 앞선 조치였다.
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미국 부동산에 연동돼 있는 금융상품이 앞으로 가치가 하락하는 쪽에 돈을 건 것이다. 이 같은 역발상 투자전략에 따라 블랙록은 지난해 4분기(10∼12월) 기준으로 순익이 90% 상승했다. 이 같은 위기관리 능력을 인정받아 그는 한때 메릴린치의 유력한 CEO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