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국양]한중일 개방 속도 누가 빠른가

  • 입력 2008년 2월 1일 02시 42분


동북아 무역주도권 경쟁에서 샌드위치론이 거론되고 있다. 기술에서 일본은 앞서 있고 중국은 바짝 쫓아와 세계시장에서 우리의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에 안이하게 대처하는 경우, 후손들이 우리 세대를 일본과 중국에 군사적으로 침략을 당했던 세대와 똑같은 무능한 세대였다고 비난할 것이다.

중국은 산업 기술의 도입에서 일본이나 우리보다 늦어 국민소득에서 아직은 세 나라 중 가장 뒤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거대한 인구를 바탕으로 전 세계의 모든 생산을 담당할 것 같은 기세로 변화하고 있다. 상하이와 베이징을 한 번이라도 방문한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머지않아 중국이 세계 제일의 산업생산국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일본인은 외국문명을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천부적인 자질을 가진 민족이다. 19세기 지리적 이유로 우리보다 먼저 유럽 국가들로부터 개항 요구를 받았고, 개항한 후 빠르게 서양을 모방했다. 1871년 12월 23일 20, 30대 공무원 교수 군인 기업인이 주축인 46명의 사절단이 요코하마 항을 떠난다. ‘이와쿠라 사절단’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1년 10개월 동안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을 비롯한 유럽 11개국을 거쳐 중국이 마지막인 세계일주 여행을 했다. 방문한 각 나라에서 건축 지리 풍토 기후 해륙 운수 제도 풍속 종교 생활 교육 재정 산업 군사제도를 면밀히 관찰했다.

서양 배워온 日이와쿠라사절단

사절단 중 기록관은 일기 형태의 기록과 사실적으로 스케치한 화보에 논설을 추가해 총 100권의 미구회람실기(米歐回覽實記)를 작성했다. 예를 들면 영국 런던에서 지하철을 보고 “그 터널은 벽돌이나 돌을 활 모양으로 견고하게 쌓아 올려서 돌멩이로 메운 것과 마찬가지이고, 지하철이 지나가는 집에 앉아 있으면 하루 종일 윙윙거리는 지하의 떨림을 듣는다”라고 했다.

산업과 무역에 대해서는 특히 관심이 많아 여행 중 132곳의 공장을 방문하고, “무역의 성쇠는 수출입의 다과(多過)균형에 있는 것이 아니고, 그 이익의 근본이 되는 국민의 영업력 여하에 있으므로 수출입품에 대해 항상 주의하여야 한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서양에 대한 철저한 분석에 힘입어, 일본은 그때 이후로 아시아를 벗어나 구미(歐美)에 진입하겠다는 ‘탈아입구(脫亞入歐)’라는 슬로건으로 국가를 설계하고, 산업화의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19세기 우리나라의 외국에 대한 분석은 일본에 비해 뒤떨어졌다. 이와쿠라 사절단이 돌아온 후 9년 뒤 고종은 60명의 신사유람단을 일본으로 보내고 일본 제도를 배워 오게 했다. 그 시절 우리 선조들은 배워 올 대상 선정능력에서 일본에 뒤졌고, 개방 시기 또한 일본보다 늦었던 것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글로벌화를 통해 우리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다고 한다. 두바이 국제금융센터 이사장인 데이비드 엘든 씨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하고, 공무원 자리도 외국인에게 개방하는 한편 외국인에 대한 규제를 줄이고, 영어 교육도 강화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정책은 이미 싱가포르 핀란드 아일랜드 아랍에미리트에서 시도됐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고 있다. 그러나 자칫 정책 결정자들이 이 정책의 시행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일본과 중국 또한 유사한 글로벌화를 계속 추진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이들보다 더욱 과감히 움직여야 한다.

中-日보다 과감하게 움직여야

우리 시장의 개방, 교육의 개방, 법률 의료와 같은 서비스 산업의 개방, 금융과 투자의 선진화, 국가 기술 개발의 외국인에 대한 개방, 외국인 인력에 대한 이민 문호 개방, 이민자들을 위한 사회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자원과 인력 확보를 위한 국제적 동맹관계 설정 등 이제는 주저하지 말고 움직여야 한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우리의 정체성을 잃고, 전통적 가치도 잃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전 세계가 하루 생활권화한 데다 정보, 기술, 인력까지 세계 각국이 공유하는 21세기에 일본이 다시 세계를 향해 제2의 이와쿠라 사절단을 보낼 때, 우리가 또다시 소극적으로 대응해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국양 서울대 연구처장·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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