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는 쥐 사나이”

  • 입력 2008년 1월 1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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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코지 카타르 방문 ‘원자력 세일즈’14일 카타르를 이틀 일정으로 공식 방문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셰이흐 하마드 빈 할리파 알사니 국왕의 안내를 받으며 도하 소재 에미리 디완 왕궁을 둘러보고 있다. 도하=로이터 연합뉴스
사르코지 카타르 방문 ‘원자력 세일즈’
14일 카타르를 이틀 일정으로 공식 방문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셰이흐 하마드 빈 할리파 알사니 국왕의 안내를 받으며 도하 소재 에미리 디완 왕궁을 둘러보고 있다. 도하=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의 저명한 철학자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비시 괴뢰 정권의 지도자였던 페탱 장군에, 나아가 정신분석학자 지크문트 프로이트가 진료했던 강박신경증 환자 ‘쥐 사나이’에 비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알랭 바디우(사진) 파리고등사범학교(ENS) 철학 교수는 최근 펴낸 ‘사르코지는 무엇의 이름인가’라는 책에서 “사르코지는 두려워하고 보호받기를 원하는 사회의 이름”이라며 “오늘날 프랑스 사회는 두려움의 원인이 되는 것들을 향해 폭력을 가할 지도자를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페탱 장군을 거론하면서 “페탱 장군은 전쟁의 두려움에 사로잡힌 1940년대 프랑스가, 사르코지는 변하는 사회에서 두려움에 사로잡힌 오늘날의 프랑스가 뽑은 지도자”라고 덧붙였다.

바디우 교수는 페탱 장군과 사르코지 대통령을 프로이트의 환자였던 ‘쥐 사나이(Rat Man)’에, 그 추종자를 소문자 ‘r’로 시작하는 ‘쥐들(rats)’에 비유했다.

쥐 사나이는 에른스트 란처라는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프로이트가 사용했던 익명. 오스트리아군의 청년 장교였던 란처는 동료에게서 쥐가 항문을 파먹고 내장까지 올라가게 하는 고문이 있다는 말을 들은 뒤 자신의 아버지가 그런 고문을 당할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증상만 보면 아버지를 위해 노심초사하는 착한 아들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그는 ‘아버지가 죽으면 그 재산을 상속받아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겉으로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강박신경증 환자였다.

바디우 교수는 수많은 유대인을 강제수용소에 보낸 페탱 장군이나 불법이민자를 추방하고 이민계 청소년에게 무관용으로 일관하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똑같이 ‘국가, 노동, 가족’의 신성(神聖) 가치를 높이 내세우는 모습에서 ‘가학 충동을 숨기고 누구보다 결백해 보이려 노력하는’ 강박신경증 환자를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일간 ‘르 몽드’와 주간 ‘누벨 옵세르바퇴르’ 등에 기고하는 칼럼니스트 피에르 아술린 씨는 “나도 사르코지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비판의 정도가 루비콘 강을 건넜다(정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올해 70세인 바디우 교수는 미셸 푸코, 질 들뢰즈 등 화려한 별들이 사라진 프랑스 철학계에 마지막 남은 탈구조주의 철학의 거장으로 꼽힌다. 정치적으로는 극좌 마오주의 성향을 띠고 있다. 추상적 내용으로 가득 찬 그의 저서는 전문 서점에서 수백 부가 팔리는 것이 고작인데, 이번 책은 일반 서점에도 등장했고 베스트셀러 순위에까지 올랐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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