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빼고 기후회의 하자” 고어, 발리회의서 주장

  • 입력 2007년 12월 14일 03시 02분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앨 고어(사진) 전 미국 부통령이 13일 미국이 기후변화 회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미국을 배제한 채 기후회의를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고 있는 기후변화 회의에서 “나는 관료가 아니어서 외교적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그래서 ‘불편한 진실’을 얘기하자면 내 나라 미국은 발리 회의의 교착상태에 주된 책임이 있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이어 “미국에 대해 분노와 좌절을 느끼겠지만 차선책이 있다”며 “해야 할 어려운 일을 우선 처리하고 문서에 빈 공간을 남겨 이것은 완성된 게 아니라는 각주를 달자”고 말했다. 미국을 뺀 채 일단 회의를 진행시킨 뒤 조시 W 부시 대통령의 후임에게 서명을 맡기자는 것.

그는 케빈 러드 신임 호주 총리가 최근 교토의정서에 서명한 사실을 들며 “변화는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회의는 2012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의 뒤를 이을 새 기후협약 체결을 위해 협상 분야와 절차, 시한 등을 담은 ‘발리 로드맵’ 작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을 둘러싸고 미국 측의 반대가 심해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유엔 기후변화사무국 이보 데 보에르 국장은 이날 “교섭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이번에 미래 지향적인 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전체 회의는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지금은 전부를 얻거나 모두를 잃을 상황(all or nothing)”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 25∼40% 감축 목표를 의무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과 일본 등은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자율 감축’을 내세우며 구체적인 수치를 로드맵에 넣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발리=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