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택연금 당하고… 부패혐의 체포 …정치여걸 수난 시대

  • 입력 2007년 11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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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정치인이던 부친이나 남편의 후광 등에 힘입어 정계를 장악했던 인도양 주변 국가 여성 정치인들의 파워가 최근 몇 년간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다.

군부 정권에 의해 연금 당하거나 부패 혐의로 체포되는가 하면 스스로 2선으로 물러나는 경우도 있다.

○ 군부에 꺾인 여성들

방글라데시에서는 군부의 지지를 업은 과도정부가 두 전직 여성 총리를 구속하고 곧 재판을 시작할 예정이다.

방글라데시 검찰은 28일 셰이크 하시나(60) 전 총리에 대해 살인 및 부패 혐의로 다음 달 3일 재판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7월 하시나 전 총리를 전격 체포했다.

칼레다 지아(62) 전 총리는 지난해 10월 임기가 끝나자마자 가택 연금을 당한 뒤 올해 9월 구속수감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하시나 전 총리는 무지부르 라만 초대 대통령의 딸이며 지아 전 총리는 지아우르 라만 전 대통령의 부인. 두 사람은 1991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간 서로 번갈아가며 집권해 여걸시대를 이끌었으나 군부의 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미얀마에서는 독립영웅인 아웅산 장군의 딸 아웅산 수치(62) 여사가 1990년 80%가 넘는 지지율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당선 직후부터 지금까지 군사정부에 의해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

파키스탄 줄피카르 알리 부토 전 대통령의 딸인 베나지르 부토(54) 전 총리는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35세 때인 1988년 이슬람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됐지만 1996년 부패 스캔들로 낙마했다.

그는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과의 권력분점을 통해 재기하기 위해 내년 1월 총선에 참가하겠다고 밝혔으나 집권의 한 축을 맡게 될지 불투명하다. 무샤라프 대통령 퇴진에 대한 국내외 압력이 높은 데다 자신의 정적이자 더 인기가 높은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25일 귀국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 권력을 넘긴 여성들

인도 집권당인 국민의회당 소니아 간디(61) 당수는 스스로 정계에서 한발 물러선 경우. 인도 명문가인 간디 집안의 며느리이자 라지브 간디 전 총리의 부인인 간디 당수는 2004년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총리 직을 사양했다.

그 대신 만모한 싱 현 총리를 직접 발탁하고 올해는 45년간 간디 집안의 가신으로 활동해 온 프라티바 파틸 여사를 대통령에 당선시키는 영향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공직을 사양한 까닭에 ‘성녀 소니아’로 불릴 만큼 국민의 존경을 받는다.

1994년부터 2005년까지 12년간 집권했던 찬드리카 쿠마라퉁가(62) 스리랑카 자유당 총재는 임기를 마치고 대통령에서 물러난 예. 그의 부친은 1959년 암살된 반다라나이케 전 총리이고 모친도 1960년 총리를 지냈다.

그는 대통령 재임 시절 어머니를 다시 총리로 임명하는 등 12년간 스리랑카 국정을 좌지우지하다가 자신이 지지하는 마힌다 라자팍세 총리를 후임자로 밀어준 뒤 일선에서 물러났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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