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현장 르포]헤지펀드의 실리콘밸리 美 그리니치…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헤지펀드의 메카’인 코네티컷 주 그리니치로 출근하는 헤지펀드 회사 직원들이 12일 오전 7시 반(현지 시간) 그리니치역에 도착한 기차에서 내리고 있다. 그리니치=공종식 특파원

아침마다 맨해튼서 ‘전사’들이 몰려온다

12일 오전 7시 반경 미국 코네티컷 주 그리니치 기차역.

뉴욕 맨해튼 그랜드센트럴 역을 출발한 기차가 도착하자 20, 30대 젊은 승객 수백 명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맨해튼에 사는 이들은 왜 한적한 교외 도시인 그리니치로 역(逆)출근을 하는 것일까. 그리니치가 미국 헤지펀드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그리니치로 출근하는 이들은 전 세계 자본의 흐름은 물론 이를 통해 기업들의 생사까지 결정할 수 있는 자본주의의 전사(戰士)들이다. 이들의 연봉은 대체로 20만∼40만 달러(약 1억9000만∼3억6000만 원)에 이른다.

○ 월가의 후예들 1400억 달러 주물러

뉴욕 주 접경에 있는 그리니치는 인구 6만2700여 명의 작은 도시. 공원인지 도시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 전원도시다. 해안가를 따라서 그림 같은 고급 주택이 즐비했다. 도로 대부분에 ‘개인 도로, 외부인 출입 금지’라는 표지판이 걸려 있었다.

현재 100개가 넘는 그리니치 헤지펀드들이 운용하는 자금은 14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전 세계 헤지펀드들이 운용하는 자산 1조6000억 달러의 10%에 해당한다. ‘그리니치 헤지펀드 인덱스’라는 별도 수익률 수치가 있을 정도다. 1998년 파산해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줬던 롱텀캐피털펀드도 그리니치에 본사가 있었다.

그리니치에 헤지펀드가 몰려들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 월가 직장을 그만둔 금융인들이 집 근처에서 헤지펀드 사업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월가 최초로 연봉 10억 달러(약 9500억 원) 시대를 열었던 에드워드 램퍼트를 포함해 억만장자 헤지펀드 창업자나 펀드매니저 상당수가 이곳에 산다.

○ 그리니치가 인기가 높은 이유

메리 안 모리슨 그리니치 상공회의소 회장은 “이제 그리니치 상업용 건물 대부분은 헤지펀드 사무실로 바뀌었다”며 “맨해튼에 가깝다는 점, 그리고 회사 주소에 ‘그리니치’를 넣는 것이 헤지펀드의 명성을 높인다는 점 때문에 그리니치가 헤지펀드 본거지로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마치 실리콘밸리가 벤처기업들의 본거지이듯 일류 헤지펀드의 본거지는 그리니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인교포로 헤지펀드 펀드매니저로 일하다 독립한 A 씨는 “월가의 투자은행이나 기업들로선 그리니치에 가면 한꺼번에 헤지펀드를 여러 군데 방문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 도심 사무실 임대료 맨해튼보다 비싸

헤지펀드가 몰려들면서 사무실 임차료도 폭등했다. 기차역 근처나 다운타운 요지는 이미 맨해튼 수준을 넘어섰다. 모리슨 회장은 “위치가 좋은 곳은 임차료가 맨해튼 중심가보다 비싸다”며 “기존의 다른 회사들이 급등한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해 사무실에서 나오는 사례도 많다”고 전했다.

이러다 보니 그리니치에선 요즘 빌딩 재개발붐이 한창이다. 기존의 낡은 건물을 사들여 고급스럽게 리노베이션한 뒤 헤지펀드 회사들에 사무실을 임대하면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헤지펀드 직원들의 부(富)를 겨냥한 마케팅도 뜨겁다.

다운타운에는 벤츠, BMW, 렉서스 등은 물론이고 이들 브랜드보다 더욱 비싼 차인 애스턴 마틴, 페라리, 람보르기니, 벤틀리, 포르셰 등의 매장이 줄지어 있다. 보너스가 집중되는 연말에는 한 대에 수십만 달러씩 하는 고급차가 많이 팔린다.

::헤지펀드(hedge fund)

소수의 거액 투자자에게서 사모방식으로 자금을 모집해 증권 및 외환 시장에 투자한다. 각종 파생상품에 투자하고 고위험 고수익을 노리는 투기성 펀드의 일종이다.

그리니치=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미국 헤지펀드 펀드매니저 연간 소득 톱 10
이름	나이	헤지펀드	연수입(달러)	주요 투자분야
존 아널드	33	켄타우루스 에너지	15억∼20억	에너지
제임스 시먼스	68	르네상스 테크놀러지	15억∼20억	주식
에드워드 램퍼트	44	ESL 인베스트먼트	10억∼15억	기업 인수
T 분 피컨스	78	BP캐피털	10억∼15억	석유
스티브 코언	50	SAC 캐피털어드바이저	10억	주식
스티븐 파인버그	47	서버러스 캐피털	8억∼9억	기업 인수
폴 튜더 존스	53	튜더 인베스트먼트	7억∼8억	상품거래
브루스 코브너	62	캑스턴 어소시에트	7억∼8억	주식, 통화
이스라엘 잉글랜더	58	밀레니엄 매니지먼트	6억∼7억	주식
데이비드 쇼	55	DE쇼앤코	6억∼7억	기업 인수, 사모펀드 투자
2006년 연간 소득 추정치임. 자료: 트레이더 먼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