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가스차단” 위협에 ‘오렌지동맹’ 흔들

  • 입력 2007년 10월 8일 03시 00분


2004년 12월 우크라이나 ‘오렌지혁명’을 함께 이끌었던 유셴코(왼쪽)와 티모셴코.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4년 12월 우크라이나 ‘오렌지혁명’을 함께 이끌었던 유셴코(왼쪽)와 티모셴코. 동아일보 자료 사진
‘러시아의 가스 차단 위협에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오렌지 동맹.’

우크라이나 키예프 세계전략연구소의 바딤 카라셰프 소장은 오렌지혁명 세력의 승리로 끝난 우크라이나 총선 이후의 정국을 이렇게 요약했다.

6일 우크라이나 중앙선관위가 총선 결과를 잠정 집계한 결과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가 이끄는 지역당의 득표율은 34.36%. 공산당(5.39%)과 리트빈블록(3.96%)을 합해도 ‘오렌지혁명’ 세력의 득표율을 넘지 못했다.

반면 2005년 야누코비치 총리를 대선에서 패퇴시키고 오렌지혁명을 이끌었던 친서방 성향의 티모셴코블록(30.72%)과 우리우크라이나당(14.16%)은 새로 정국을 주도할 세력으로 부상했다.

우리우크라이나당의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과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의 동맹이 부활할 조짐을 보이자 우크라이나에 가스를 공급하는 러시아 최대 국영기업 가스프롬이 ‘우크라이나가 채무 13억 달러를 갚지 않으면 가스 공급을 줄이겠다’고 위협하고 나섰다.

러시아가 으르렁대자 오렌지 동맹의 한 축인 유셴코 대통령은 숙적이던 지역당과 ‘대연정’을 구성할 수 있다는 뜻을 비쳤다. 이에 따라 유셴코 대통령과의 재결합을 기대했던 티모셴코 전 총리는 지난해 총선 당시의 분열 이후 또다시 배반을 당할 가능성이 커졌다.

2009년 대선 출마를 꿈꾸는 그가 독기를 품고 유셴코 대통령을 압박하면 기간산업 민영화를 비롯한 오렌지혁명 세력의 개혁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오렌지 동맹이 부활할 경우 러시아를 등에 업은 야누코비치 현 총리가 선거 결과에 승복하고 물러날지도 의문이다. 그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모금한 막대한 정치자금을 사용해 ‘의원 빼가기’에 나서면 예전의 여소야대 정국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에너지장관을 모스크바로 급파해 가스 감축 사태를 일단 모면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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