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중시 ‘비둘기’ 떴지만 독자노선 힘들듯

  • 입력 2007년 9월 27일 02시 59분


기념 촬영후쿠다 야스오 일본 신임 총리(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와 새로 임명된 각료들이 26일 도쿄 왕궁 앞에서 기념 촬영했다. 도쿄=AP 연합뉴스
기념 촬영
후쿠다 야스오 일본 신임 총리(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와 새로 임명된 각료들이 26일 도쿄 왕궁 앞에서 기념 촬영했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정권이 25일 본격 출범했다.

후쿠다 자민당 총재는 이날 중의원 차기 총리 지명 선거에서 투표수 총 477표 가운데 338표를 확보해 117표를 얻은 제1야당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를 누르고 제91대 일본 총리로 지명됐다.

이날 참의원에서는 오자와 민주당 대표가 총리로 지명됐으나 중의원 결의를 우선하는 헌법 규정에 따라 후쿠다 총재가 총리로 확정됐다. 양원이 각기 다른 총리를 지명한 것은 9년 만의 일이다.

▽‘거당 체제’의 ‘위기관리정권’=후쿠다 신임 총리는 25일 밤 전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제2기 내각 17명 중 13명을 재임명한 내각 진용을 발표했다.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외상,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관방장관 등 자리를 이동한 2명을 제외하면 새로 내각에 기용된 인사는 도카이 기사부로(渡海紀三朗) 문부과학상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방위상 등 2명에 불과하다.

새 내각 인사가 소폭에 그친 것은 임시국회가 개회 중인 데다 아베 2기 내각이 출범 한 달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평가다.

이에 앞서 23일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후쿠다 총리는 24일 자신의 지지 파벌 수장으로 구성된 당 4역을 임명했다.

당운영 사령탑인 간사장에는 이부키 분메이(伊吹文明·69) 문부과학상, 정조회장에는 다니가키 사타카즈(谷垣禎一·62) 전 재무상, 총무회장에는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68) 총무회장을 유임시켰다. 또 차기 중의원 선거 준비를 담당할 선거대책위원장에 고가 마코토(古賀誠·67) 전 간사장을 기용했다.

이번 인사에 대해 일본에서는 파벌을 중시한 ‘과거 회귀형’이라는 비판과 자민당이 처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거당체제’를 구축한 것이란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난제 산적, ‘역전국회’ 민주당의 공세=후쿠다 정권은 대외적으로는 11월 1일로 기한이 닥친 대테러특별조치법을 처리해야 한다. 대내적으로는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참패 요인이 된 도시와 지방 간의 격차 문제와 연금기록 부실 문제 등의 해결 방안을 내놓아야 할 처지다.

무엇보다 야당인 민주당이 제1당을 차지한 참의원과의 협의 체제는 후쿠다 정권을 줄곧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오자와 민주당 대표는 25일 “누가 총리가 됐건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임은 분명하다”며 조기 중의원 해산 및 총선거를 요구해 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이에 따라 후쿠다 정권이 과도내각으로 단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들리고 있다.

▽외교노선 어찌되나=후쿠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와는 달리 아시아 중시 외교를 강조하고 대북관계에서도 ‘압력’ 대신 ‘대화’를 중시하는 태도를 보여 향후 한일 및 북-일 관계 진전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후쿠다 총리는 우선 11월 중 미국을 방문해 테러특조법 문제를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늦어도 12월 중에는 중국을 방문하기 위해 일정 조정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관계에서도 6자회담 과정에서의 북-일 비공식 접촉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자민당 내 대북 분위기는 결코 우호적이지 않아 대북정책 노선의 급격한 전환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당내 각 파벌의 도움으로 총리가 돼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과는 12월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상호방문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후쿠다는 ‘신중거사’ 별명… 아버지와 같은 나이에 총리

후쿠다 야스오 일본 신임 총리는 ‘신중거사’라 불린다.

눈에 띄는 것을 싫어하고 ‘자리’에 대한 욕심이 없으며 카리스마도 없다는 점에서 ‘색깔이 없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좌우명은 ‘광이불요(光而不耀·빛이 있어도 빛내지 않는다)’.

하지만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퇴 의사 표명 이후 혼란에 빠진 자민당의 위기 상황은 신중거사의 손을 들게 했다. 그의 ‘안정감’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후쿠다 총리는 여러 기록을 세웠다. 일본 첫 부자(父子) 총리 탄생에다 아버지와 같은 71세에 총리직에 올랐다는 점 등이 그렇다.

1936년 7월 16일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전 총리의 장남으로 태어나 1955년 도쿄의 명문 사립 중고일관교인 아자부(麻布)고, 1959년 와세다(早稻田)대 정치경제학부 경제학과를 나왔다. 대학 졸업 후 마루젠(丸善·현 코스모) 석유에 입사해 17년간 근무했다.

그는 당초엔 정치를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동생인 이쿠오(征夫·1994년 식도암으로 55세에 사망) 씨가 일찌감치 부친의 비서관을 맡아 가업을 이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동생의 건강이 악화되자 1976년 부친의 비서로 정치에 입문했고 1990년 2월 중의원 선거에서 처음 당선된 뒤 6선을 했다.

2000년 10월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 정권에서 관방장관으로 입각한 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정권을 거치며 1289일간 같은 직을 수행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후쿠다 내각 각료 명단(9월 25일자)
직책이름나이주요 경력비고
총무상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55이와테 현 지사재임
법무상하토야마 구니오(鳩山邦夫)59문부과학상재임
외상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65방위상이동
재무상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63방위청 장관재임
문부과학상도카이 기사부로(渡海紀三朗)59자민당 정조부회장신임
후생노동상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58자민당 참의원정무심의회장재임
농림수산상와카바야시 마사토시(若林正俊)73환경상재임
경제산업상아마리 아키라(甘利明)58노동상재임
국토교통상후유시바 데쓰조(冬柴鐵三)71공명당 간사장재임
환경상가모시타 이치로(鴨下一郞)58후생노동 부대신재임
관방장관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62외상이동
국가공안위원장이즈미 신야(泉信也)70경제산업 부대신재임
방위상이시바 시게루(石破茂)50방위청 장관신임
오키나와 북방담당상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50자민당 국회대책부위원장재임
행정개혁상와타나베 요시미(渡邊喜美)55내각부 부대신재임
경제재정상오타 히로코(大田弘子)53정책연구대학원 교수재임
소자화 담당상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54자민당 여성국장재임

자민당 주요 당직자 명단(9월 24일자)
직책이름나이주요 경력
간사장이부키 분메이(伊吹文明)69문부과학상
정조회장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62재무상
총무회장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68당 국회대책위원장
선거대책위원장고가 마코토(古賀誠)67당 간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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