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참상’ NYT기고 미군병사 2명 3주만에 안타까운 희생

  • 입력 2007년 9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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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 온 지 15개월째. 여기서 들리는 워싱턴의 정치적 논쟁은 정말로 초현실주의적이다. …무장세력이 거리를 지배하는 무법천지에서 (주민들은) 죽음을 피하기 위한 노력으로 일상을 보내야 한다.’

지난달 19일자 뉴욕타임스엔 이라크 주둔 미군 병사 7명의 공동 기고문이 실렸다. 병사들의 담담하면서도 비판적인 현장 칼럼은 미국인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는 의원들이 ‘현지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고 설명하는 행정부 측을 반박하는 생생한 현장 기록으로 이들의 기고문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13일 그 글을 쓴 병사 중 2명이 전사하고 1명은 머리에 총을 맞고 중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 국방부는 ‘82공수부대 얀스 그레이(26) 하사와 오마르 모라(28) 병장이 10일 바그다드에서 작전 중 트럭 전복사고로 숨졌다’고 발표했다. 죽음의 공포에 떠는 주민들을 안쓰러워하는 글을 쓴 지 3주 남짓해 자신들이 생을 마감한 것이다.

미국인들은 이제 이들의 기고문을 다시 꺼내 읽으며 이라크전쟁을 곱씹고 있다. 이들은 이라크의 복잡한 현실을 전하면서도 임무 완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상황이 점점 통제 가능한 것처럼 묘사하는 보도들에 회의적이다. 종족 간 정파 간 사회적 불안의 증가를 간과한 것이라는 느낌이다. …우리는 단호한 적, 그리고 의심 가는 우군들(이라크 경찰)이 엮어 내는 당혹스러운 상황 속에서 작전하고 있다. …상황을 미국인의 관점에서 평가해선 안 된다. …이라크인은 우리를 4년이나 지났는데도 상황을 정상화시키는 데 실패한 점령군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사기에 대해선 걱정할 필요가 없다. 충성을 다짐한 군인으로서 우리는 이 사명을 완수할 것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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