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는 ‘인종 전시장’

입력 2007-09-15 03:00수정 2009-09-26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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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번화가 부킷빈탕은 인종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히잡을 쓴 말레이 여성, 검은 차도르로 온몸을 가린 중동 여성, 터번을 두른 인도 남성, 중국인, 유럽인 등 온갖 인종을 만난다. 현지인들은 이런 풍경에 익숙해 주변을 두리번거리지도 않는다.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어울려 사는 말레이시아는 ‘아시아 멜팅 포트의 중심지’로 불린다.

실제 말레이시아 인구분포는 말레이계 56%, 중국계 24%, 인도계 8%, 유럽계 등 기타 12% 등으로 복잡하다.

매년 5% 이상의 견고한 성장세를 지속하는 말레이시아의 원동력을 민족 화합에서 찾는 사람도 많다. 갈등 요소가 다양함의 활력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복잡한 사정도 있다.

말레이시아 민족통합 정책의 핵심은 경제적 약자인 말레이계를 우대하는 ‘부미푸트라’다.

자윰 자완 푸트라말레이시아대 교수는 “1969년 말레이계와 중국계의 유혈폭동 이후 부미푸트라가 핵심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며 “중국계의 경제력 집중에 대한 말레이계의 불만을 줄이고 빈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기업체에는 말레이계 소유 지분을 30% 이상 보장해야 한다.

반면 정치권 및 공직에는 말레이계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다수 말레이계의 불만이 잦아들면서 민족 간에 안정된 관계가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말레이계 우대가 계속되면서 소수민족인 중국 인도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스스로를 ‘이방인’으로 여겼던 부모 세대들은 차별을 평화와 안정의 대가로 받아들였지만 젊은 세대들의 생각은 다르다.

인도계인 대학생 아마르지트 싱(25) 씨는 “여기서 태어난 엄연한 시민인데 왜 2류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함께 어울려 살고 있지만 결혼을 통한 민족 간 결합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아이들도 중국계는 중국 학교에, 말레이계는 이슬람 학교에 다녀 아직은 서로 고립돼 살아가는 것을 배운다.

이에 따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민족 간의 ‘사회 협약’을 새로 작성해야 한다는 논의도 거세다.

쿠알라룸푸르=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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