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국가 장래 고민

  • 입력 2007년 8월 30일 20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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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난 42년 동안 살아남았습니다. 앞으로 42년을 생존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여전히 없습니다."

아시아 최고의 '정계 원로'는 여전히 멀리 보는 시선으로 나라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한 뒤 섬나라 싱가포르를 오늘날의 부국으로 이끈 리콴유(李光耀·84) 전 총리가 인터내셔널해럴드트리뷴(IHT)과 인터뷰를 가졌다.

30일자 IHT 1면 머리에 실린 인터뷰 기사에서 리 전 총리는 국가의 장래에 대한 고민을 짙게 드러냈다.

1990년 총리에서 물러난 뒤 '자문장관(Minister mentor)'으로 재직 중인 그의 최근 관심사는 지구 온난화에 대비해 싱가포르에 제방을 쌓는 일. 그는 "해수면이 3∼4m만 상승하면 싱가포르는 사라진다"면서 "제방 건축에 대해 네덜란드에 자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그의 최대 화두는 '국가 생존'이었다. 그는 "국가 중대사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국가의 생존을 위해서, 발전을 위해서 이것이 필요한가'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화에 동참하는 것도 '생존'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세계의 흐름에 편승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싱가포르는 어촌 마을로 되돌아갈 것입니다."

리 전 총리는 싱가포르의 성장을 이끌었고 앞으로도 이끌 동력으로 '실용주의'를 꼽았다. 그는 "이데올로기로부터의 해방,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실용주의가 싱가포르 발전의 비밀"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가 시스템은 인종, 언어, 종교와 무관하게 작동해야 하며 그렇지 않았다면 싱가포르는 진작 쪼개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싱가포르가 이런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이웃 국가와의 차별을 위해 선택한 것이 반(反)부태, 효율성, 엘리트주의라는 그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전통적인 가치가 일부 흐려지긴 했지만 고유 언어 대신 영어 사용을 권장한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에서 싱가포르를 꼬집는 데 사용돼온 '엘리트주의'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설명했다. 그는 "해외에서 교육받은 상위 20% 엘리트들은 외국 친구들과 사귀고 넓은 세계를 여행하면서 서로 연결된 세계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면서 "이 20%는 30%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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