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다이허 철통 봉쇄 “지금은 회의중”

  • 입력 2007년 8월 1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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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지도부 비밀회의장 가보니

중국 공산당의 중대 인사 문제와 주요 정책을 사전 조율하는 ‘베이다이허(北戴河) 비밀회의’가 이달 초 시작돼 지난 주말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1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인민해방군 건군 80주년 기념식 직후 줄줄이 베이다이허 별장으로 내려갔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 등 중국 최고지도부는 11일을 기점으로 대부분 다시 베이징에 돌아왔다고 중국 고위 지도부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들이 전했다.

○도로 완전 봉쇄…물샐틈없는 경호

‘중국 막후정치의 결정판’으로 불리는 베이다이허 회의가 열리는 곳은 휴양지 가운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중공 중앙)’의 요양원이 위치한 다이허(戴河) 북쪽 시하이탄(西海灘)로 일대.

젠추(劍秋)로 남쪽 입구에서 다이허 하구(河口)까지 약 2km에 이르는 2차로 시하이탄 길 양쪽이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부의 휴양지다. 길 북쪽에 각종 운동 및 오락시설과 대형 회의 시설이 갖춰진 요양원이 있고 남쪽 해변엔 별장이 있다. 별장과 요양원을 오가며 휴식과 회의를 번갈아 할 수 있도록 한 것.

회의가 막바지에 이른 11일 시하이탄 길은 중국 고위 지도부의 경호를 맡은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소속 중앙경위국과 군사위원회 소속 경호요원이 경찰과 함께 도로 양쪽을 완전 봉쇄하고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도로 입구에서는 출입이 허가된 특별차량도 모두 차량번호를 기록하고 출입시간을 체크했다. 도로에서는 오토바이를 탄 경호요원이 계속 순찰을 돌고 있었다.

○“열흘 전쯤 오셨다. 오늘 올라간다.”

걸어서 시하이탄 길로 들어가려 했지만 10m도 못 가 제지를 당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사복을 입은 경호원 2명이 앞을 가로막고 관광구역이 아니라며 나가라고 요구했다.

이어 해수욕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시하이탄 길에서 50m가량 떨어진 해변에는 최고지도부의 별장이 해안선을 타고 줄지어 서 있었다. 바다엔 모터보트 2대가 떠 있었다.

이곳에서도 20m도 못 가 갑자기 나타난 경호원에게 붙들렸다. 중국 최고지도부를 보위하는 군사위원회 소속의 경호원이라는 이 군인은 “여기가 후 주석과 원 총리,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위원장이 묵는 별장”이라며 나가 줄 것을 요구했다.

‘○○○ 지도자의 경호원’이라는 그는 “○○○께서는 열흘 전쯤 여기에 오셨다. 오늘 오후 베이징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오전엔 해변에 나오시지 않고 물 온도가 따뜻해진 오후에 나오시곤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운데가 후 주석의 별장이고 후 주석 별장 왼쪽이 원 총리, 오른쪽이 우 위원장 별장이라고 설명했다.

경비가 삼엄한 이곳과는 달리 국무원과 국토자원부 등 일반 중앙기관의 요양원이 있는 시하이탄 길 동쪽은 경찰이 군데군데 경비를 서고 있었지만 일반인의 출입이 자유로웠다.

○제5세대 지도자 상무위원 진입

홍콩 언론들은 이번 회의에서 후 주석을 비롯한 중국 최고지도부가 올해 가을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17차 당대회)에 즈음해 후 주석이 제기한 ‘과학발전관’을 당장에 삽입하고 제5세대 지도자를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후 주석의 ‘과학발전관’은 17차 당대회를 거치면서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론,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3개 대표론’과 같은 당 지도사상 위치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당장이나 법률에 규정된 공식 회의는 아니지만 이 회의에서 토의된 사항은 곧바로 정식 회의를 거쳐 공식화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회의다.

1958년 처음 열린 회의에서 마오쩌둥(毛澤東)과 저우언라이(周恩來)는 인민공사 설치 및 대약진 운동을 결정했다. 대만 진먼(金門) 섬 포격도 여기에서 결정됐다. 1990년엔 덩샤오핑이 보수파의 저항을 뿌리치고 개혁개방의 기반을 공고히 했다.

앞서 홍콩의 친(親)중국계 일간 다궁(大公)보와 원후이(文匯)보는 각각 4일과 5일 “베이다이허에서 비밀회의가 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1일 인민해방군 건군 기념식이 끝난 직후부터 베이다이허 해변도로 주변의 경비가 대폭 강화됐다”고 전했다.

베이다이허=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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