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기준 넘을땐 美 비자 면제국 취소될수도

  • 입력 2007년 7월 2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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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미국 출장을 떠나야 했지만 미국 비자를 미리 받아두지 못해 후배에게 양보해야 했던 김 과장, 여름휴가를 뉴욕의 박물관과 갤러리에서 보내고 싶었지만 직장 없는 미혼 여성이란 이유로 관광비자 발급이 거부된 이모 씨, 신혼여행지 결정을 미루다가 결혼 날짜가 닥치는 바람에 신혼여행지를 미국에서 동남아로 바꾼 박 대리….

앞으로 위의 세 사람이 겪은 불편함은 옛 이야기가 된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한국은 90일 이내의 단기체류 목적에 대해 미국 비자 면제국이 되기 때문이다. 단순한 방문비자 신청자 수가 줄면서 유학 취업 이민을 위한 미국행 희망자의 비자 처리 업무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비자로 입국한 여행객이 90일 이내에 출국하지 않는 ‘위반율’이 미 행정부가 정한 일정 비율을 넘으면 2년마다 한 번씩 검토해 면제국 지위가 취소될 수도 있다.

▽반색하는 여행업계=현재 한국인의 연간 미국 방문자 수는 90만 명. 뉴욕 라스베이거스 등 미국 주요 관광도시 관광청의 서울사무소는 앞으로 이 숫자가 2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와이관광청 한국사무소 구정희 홍보마케팅팀장은 27일 “무비자 프로그램에 따라 현재 5만 명 수준인 연간 하와이 방문 한국인이 앞으로는 10만 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90일 기준=현재 방문비자를 받으면 미국 입국 공항에서 최대 180일까지 체류 허가를 받게 된다. 그러나 무비자 입국자는 90일 이상 머물 수 없다.

90일 이상 미국에 머물려면 처음부터 관광비자를 발급받아 가거나, 캐나다 멕시코 등 인접 제3국으로 출국했다가 재입국하는 절차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아직 한미 간 규정 논의가 필요하지만 재입국 형식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양날의 칼=미국의 비자 면제국 지위 부여 결정은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과거 같으면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을 이들의 미국행이 가능해지면서 ‘비자 거부’가 아닌 ‘불법체류’ 때문에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 정부는 체류기간 위반자에게 경고(15일 초과) 벌금(30일 초과) 입국제한(60일 초과) 조치를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협의 단계로 초과 기간 및 처벌 정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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