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남자 인질 1명 살해했다”

  • 입력 2007년 7월 26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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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솔자 배형규 목사 아버지의 기도&nbsol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 세력에 납치된 한국인 봉사단원들의 인솔자인 샘물교회 배형규 목사의 아버지 배호중 장로가 25일 오후 제주 제주시 일도2동 영락교회에서 성경에 손을 얹고 아들의 안전을 기원하며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인솔자 배형규 목사 아버지의 기도&nbsol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 세력에 납치된 한국인 봉사단원들의 인솔자인 샘물교회 배형규 목사의 아버지 배호중 장로가 25일 오후 제주 제주시 일도2동 영락교회에서 성경에 손을 얹고 아들의 안전을 기원하며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탈레반 대변인 “26일 새벽까지 요구 불응땐 추가 살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 세력이 25일 한국인 인질 23명(남성 5명, 여성 18명) 중 남성 1명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피랍자 중 8명이 이날 풀려나 미군 기지로 옮겨졌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최종 확인되지 않았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탈레반 측은 26일 오전 5시 30분(현지 시간 오전 1시)을 최종 시한으로 제시하고 아프간 정부가 이때까지 탈레반 수감자 8명을 석방하지 않으면 인질들을 추가로 살해하겠다고 위협해 이번 피랍 사태가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25일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동료 수감자를 석방하지 않아 한국인 인질 23명 중 1명을 살해했다고 말했다고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와 AP통신 등 외신이 일제히 보도했다.

아마디는 “아프간 정부가 우리 요구를 듣지 않았기 때문에 몸이 아파 걷지 못하는 인질 한 명을 사막에서 총으로 쏴 죽였다”며 “앞으로도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추가로 살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탈레반 측은 살해한 남성의 시신을 한국인 일행을 납치한 가즈니 주 카라바그 지구 무셰키 지역 고속도로변에 버렸다고 말했다. 납치 지역인 가즈니 주에 집결한 아프간 군경과 미군은 인질 피살 소식에 구출 작전을 위해 병력을 이동하고 있다고 이 방송은 덧붙였다.

알자지라와 AP통신은 이날 밤 아프간 경찰이 머리와 가슴, 배에 10발의 총상을 입은 한국인 남성 인질의 시신을 무셰키 지역에서 발견했다고 경찰관 압둘 라만 씨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프간 현지 통신사인 아프간이슬라믹프레스(AIP)는 한국인 살해 시간은 오후 4시 15분(한국 시간 오후 8시 45분)이며 살해된 한국인의 이름이 ‘Hon Qud son of Hochim(호침의 아들 홍큐)’이라고 아마디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앞서 아마디는 이날 오후 6시경 한국 및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이 실패했다며 한국인 몇 명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고 AIP가 전했다. 아마디는 “우리의 인내심이 한계에 치닫고 있다. 한국인 인질 가운데 몇 명이 오늘 살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26일 오전 1시 40분경 한국인 인질 중 여성 6명과 남성 2명이 석방돼 가즈니 주의 미군 기지로 옮겨졌다고 서방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풀려나는 것을 육안으로 보지 못했다. 최종 확인이 필요하다”며 공식 확인을 미뤘다.

그러나 아프간 가즈니 주의 미라주딘 파탄 주지사는 25일 밤늦게까지도 AFP통신에 인질 1명의 석방을 확인하면서도 “지금까지 풀려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탈레반 측의 아마디도 “정부의 프로파간다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교도통신은 한국인 8명 석방과 관련해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무장세력에 거액의 몸값을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이날 아프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의 한국인 살해를 막기 위해 탈레반 측이 제시한 시한(한국 시간 오후 6시 30분) 몇 분 전에 몸값을 지불했다고 밝혔다. 몸값의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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