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샘물교회-가족들 표정 “살해 협박 충격…너무 떨린다”

  • 입력 2007년 7월 21일 03시 02분


코멘트
20일 오후 11시경 “내일 낮 12시(한국 시간 오후 4시 30분)까지 한국군을 철수시키지 않으면 납치한 한국인들을 살해하겠다”는 탈레반 측의 발표 내용이 TV 뉴스를 통해 전해지자 경기 성남시 분당구 샘물교회 사무실은 일순간 깊은 충격에 빠져들었다.

불과 30여 분 전까지만 해도 교회 관계자들은 ‘납치된 교인들이 무사히 돌아올 것이다’라는 희망적인 분위기 속에 사무실에서 차분하게 대화를 나누며 방송 뉴스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오후 10시 50분경 정부 당국자에게서 탈레반의 통첩이 처음 전해진데 이어 10여 분 뒤 TV 뉴스를 통해 탈레반 측의 예기치 않은 ‘최후통첩’이 흘러나오자 교회 관계자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사무실에서 나온 남녀 교인들은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취재진의 질문에 “할 말이 없다”는 말만 남긴 뒤 승용차를 타고 서둘러 귀가했다.

또 다른 50대 남자 교인은 “뉴스를 보고 모두 놀랐다”며 “더 많은 정보가 없어 답답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무사귀환을 믿고 기다리겠다”던 가족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아름마을 자택에 머물고 있던 고세훈(27) 씨의 누나 고수희(28) 씨는 탈레반의 발표 소식을 접하고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고 씨는 “저녁까지만 해도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면서 “인터넷으로 뉴스를 확인한 뒤 너무 떨려 말조차 할 수 없다”고 흐느꼈다.

고 씨 가족은 탈레반의 경고 소식을 듣고 기도를 하기 위해 곧바로 교회로 향했다. 교회에 나왔다가 귀가했던 다른 피랍 교인 가족들도 삼삼오오 교회로 다시 몰려왔다.

이에 앞서 이날 낮 12시경부터 교회 관계자들은 잇달아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봉사단이 칸다하르 도착 예정 시간인 19일 오후가 지나서도 연락이 닿지 않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다 20일 오전 11시 40분경 외교통상부로부터 ‘납치됐다’는 연락을 받고 크게 당혹스러워했다.

한 교회 관계자는 “19일 점심 때 인솔자 대표인 배형규(42) 목사와 통화했다”며 “저녁에 연락이 오지 않아 혹시 납치된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결국 그게 맞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가족들은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무사히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한편 미국에서 대학생 선교활동 행사에 참석 중인 박은조(55) 담임목사는 피랍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길에 올라 21일 오전에 도착할 예정. 교회 측은 이날 오전 5시 30분에는 새벽예배를 열기로 했다.

분당 샘물교회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서울영동교회의 네 번째 분립개척교회로 1998년 박 목사가 설립했다. 교인은 3200명 정도로 6, 7년 전부터 적극적으로 해외 선교활동을 펼쳐 왔다. 이번에 납치된 샘물교회 교인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에서 30대 후반의 대학생, 주부 등으로 칸다하르의 병원과 유치원에서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었다.

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배형규(42·청년부 담당 목사) △이선영(37·여) △서명화(29·여) △차혜진(31·여) △서경석(27) △고세훈(27) △김지나(32·여) △김경자(37·여) △유정화(39·여) △제창희(38) △심성민(29) △이주연(27·여) △유경식(55) △송병우(33) △이영경(22·여) △한지영(34·여) △김윤영(35·여) △안혜진(31·여) △이성은(24·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