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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7월 13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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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 남편이 클린턴처럼 행동했다면 나는 차라리 로레나 보빗이 될지언정 힐러리처럼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다.”
2000년 미국 하원의원 선거운동 기간에 루이지애나 주 제1선거구에서 재선 도전에 나선 데이비드 비터(사진) 공화당 의원의 부인 웬디 씨가 한 말이다.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과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의 스캔들은 공화당이 민주당을 공격하는 주된 소재였다. 로레나 보빗은 1993년 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했다며 남편의 생식기를 흉기로 훼손한 여성이다.
비터 의원도 간통 의혹으로 물러난 자신의 전임자 밥 리빙스턴 전 의원을 거론하며 “리빙스턴의 사임은 클린턴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공격했다.
이처럼 비터 의원에게 ‘충직한 결혼생활’은 화려한 정치 경력을 쌓는 데 중요한 소재였다.
2004년 루이지애나 주 역사상 직선에 의한 첫 공화당 상원의원이라는 영광을 안은 그는 ‘젊고(46세), 깨끗하고, 가정에 충실한 정통 보수주의자’라는 이미지로 각광을 받았다.
1남 3녀를 둔 그는 “가정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제도”라며 동성결혼, 낙태 문제 등에 대해 철저히 보수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그런 비터 의원이 9일 ‘DC 마담’으로 불린 전직 성매매업자 데버러 팰프리의 고객이었다고 시인하자 미국 사회는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는 워싱턴 일원에서 13년간 고급 성매매업소 ‘팔메라 마틴 앤드 어소시에이츠’를 운영해 온 혐의로 기소된 팰프리가 갖고 있는 1만5000여 명의 전화번호에 등장하는 첫 현직 의원이라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 그는 포르노 잡지 허슬러가 전화번호를 추적하다 그의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오자 고민 끝에 성명을 발표했다.
“과거 심각한 죄를 저질렀다. 수년 전 신과 아내에게 고백하고 용서를 받았으며 카운슬러에게 상담도 받았다. 모든 분께 깊이 사과드린다.”
하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구 라디오 토크쇼에는 “비터 의원이 우리 (성매매) 업소의 고객이었다”는 믿거나 말거나식 폭로가 터져 나오고 있다.
공화당 대선 선두주자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곤혹스럽다는 표정이다. 낙태, 동성결혼에 대한 진보적 견해 때문에 당내 보수파의 비판을 받아 온 그는 비터 의원을 남부지역 선거운동 책임자로 임명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 왔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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