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푸틴 화기애애 별장외교

  • 입력 2007년 7월 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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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 초대해줘 감사합니다”방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이 1일 메인 주 케네벙크포트에 있는 부시 일가의 별장에 도착해 조지 W 부시 대통령 부인 로라 여사(왼쪽)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케네벙크포트=EPA 연합뉴스
“별장 초대해줘 감사합니다”
방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이 1일 메인 주 케네벙크포트에 있는 부시 일가의 별장에 도착해 조지 W 부시 대통령 부인 로라 여사(왼쪽)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케네벙크포트=EPA 연합뉴스
모터보트를 타고 바닷가를 돌아보는 45분간의 관광, 바닷가재와 황새치 구이 요리의 만찬, 유서 깊은 별장에서의 하룻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미 첫날인 1일 준비한 각종 환영 행사다. 동유럽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 문제 등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특별히 기획한 이벤트였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부시 대통령 일가의 별장이 있는 메인 주 케네벙크포트에 초청을 받았다. 부시 대통령과 그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그를 맞았다. 푸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 부인 로라 여사와 부시 전 대통령 부인 바버라 여사에게 꽃을 선물한 뒤 부시 일가와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부시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이어 유머를 주고받으며 2시간가량 친근한 분위기 속에 비공식 대화를 했다. 의견이 엇갈리는 정치적 이슈들에 대한 언급은 가급적 피하고 편안한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세르게이 프리호드코 푸틴 대통령 보좌관은 “구체적인 현안보다는 철학적인 공감대를 나누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둘째 날은 아침 식사를 같이 한 뒤 간단한 기자회견으로 정상회담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함께 낚시하는 일정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양국 관계자들은 두 정상이 이번 만남을 통해 주목할 만한 합의를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두 나라 사이에는 MD 체제를 둘러싼 이견 외에도 코소보 독립 문제, 이란과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 위한 방안 등 이견을 좁히지 못한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의 MD기지를 아베르바이잔의 러시아 레이더 기지에 설치해 공동 운영하자고 ‘역제안’해 부시 대통령의 허를 찔렀다. 반면 이란의 핵개발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 동참 요구에는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다.

한편 부시 일가의 사유지인 케네벙크포트 워커스포인트 인근에서는 1700여 명이 이라크전 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부시를 탄핵하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미군의 이라크 철수와 러시아의 체첸 인권탄압 문제 해결 등을 촉구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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