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서도 널 지켜줄게” 눈물겨운 父情

  • 입력 2007년 6월 29일 03시 01분


“한쪽 팔로 아기의 목 부분을 꼬옥 감싸고 있었어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놓지 않았던 부정(父情)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캄보디아 여객기 추락사고 구조작업에 참여한 현지 교민 문치현(57) 씨는 마지막으로 수습한 조종옥(사진) KBS 기자의 시신을 발견했을 때의 참담함을 이렇게 떠올렸다.

24년간 캄보디아에 살며 산악지대에서 공사 업무를 해 와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그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달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1997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베트남항공 여객기가 추락해 한국인 21명이 숨졌을 때도 시신 수습 작업에 참여했다.


촬영: 박영대 기자

그는 현지 시간 27일 오전 8시 30분경 사고 현장을 찾아 마지막 시신이 수습된 오후 5시 30분까지 줄곧 현장을 지켰다.

“헬기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아, 생존자가 나오기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부터 비가 내리면서 구조작업은 힘에 부쳤지만 도저히 발길을 돌릴 수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기내를 둘러보는 순간 여기저기 찢겨 나간 처참한 광경에 한숨부터 나왔다며 “동체가 앞쪽으로 박혀 있어 더욱 시신을 수습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사고 현장이 오지 중의 오지라 작업이 어려웠는데 그래도 시신 모두가 가족들의 품에 돌아갈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프놈펜=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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