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검사

  • 입력 2007년 6월 20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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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학생의 흑인 성폭행 입증 무리

무죄 밝혀져 변호사박탈-처벌 위기

집단 성폭행 용의자는 명문대 운동팀의 백인 학생들, 피해자는 스트립 걸로 고용된 흑인 여성….

1년 넘게 미국 사회를 들끓게 한 듀크대 성폭행 스캔들은 인종적, 계층적 갈등 요인을 지나치게 의식한 공명심 넘치는 검사가 ‘무고한 학생들’을 처벌하려다 면직은 물론 변호사 자격까지 박탈당하는 것으로 끝났다. 그는 천문학적인 손해배상과 형사 처벌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

사건은 지난해 3월 노스캐롤라이나 주더럼의 듀크대 인근 저택에서 일어났다.

듀크대의 라크로스(구기 종목의 일종)팀 선수들이 파티를 즐기기 위해 다른 대학의 여성 2명을 스트립 걸로 고용했다. 그중 한 흑인 여성이 “백인 남학생 3명이 나를 침실로 끌고 가 기절시킨 뒤 집단으로 성폭행했다”고 고발했다.

더럼 카운티의 마이클 니퐁 검사는 학생 3명을 기소했다. 대학 당국도 이들에게 정학을 내리고 라크로스팀 활동을 중단시킨 후 코치도 해고했다.

그러나 백인 선수 46명 누구에게서도 피해 여성으로부터 채취한 체액과 일치하는 유전자(DNA)가 나오지 않았다는 DNA 검사 결과가 뒤늦게 변호인단에 의해 발견됐다.

사건 관할권을 인수한 주 검찰은 올 4월 학생들을 무혐의 처리했다. 피해 여성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고 니퐁 검사는 윤리위원회에 회부됐다.

청문회 결과 그가 DNA 검사 결과를 숨기고 “용의자에게 유리한 증거가 더 없느냐”고 묻는 판사에게 거짓 답변을 했으며, 무죄추정의 원칙을 어기고 범죄자로 단정하는 발언을 언론에 흘린 점이 인정됐다.

사법 전문가들은 니퐁 검사가 ‘얼마나 돈이 많으냐, 백인이냐 흑인이냐에 따라 정의가 달라진다’는 세간의 관념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무리한 수사를 했다고 결론지었다. 그가 몇 달 앞으로 다가온 검사직 재선거를 의식했으며 “아드레날린이 넘치는

대학 운동부의 부잣집 녀석들”이란 선입견에 사로잡혀 ‘역차별’을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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