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스폿’ 전략 美 빅3 도시 범죄율 확 낮췄다

  • 입력 2007년 6월 1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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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 오늘도 피곤에 지친 모습으로 범인 색출에 나서는 경찰, 범인과 경찰의 치열한 총격전….’

할리우드 영화나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는 미국 대도시 범죄 스토리다. 그러나 현실 세계의 대도시에서는 앞으로 이런 이야기를 접하기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범죄의 온상’으로 여겨져 온 미국 거대 도시들이 최근 수년 동안 몰라보게 안전해졌다고 이코노미스트지가 12일 전했다. 특히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 ‘빅3’ 도시의 범죄율이 가파른 하락곡선을 그렸다는 분석이다.

캘리포니아 북부의 중간 규모 도시 오클랜드에서는 지난해 145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해 2005년 대비 50% 이상 늘어났다. 그러나 이 기간에 대형 도시 로스앤젤레스의 살인사건 발생률은 30% 가까이 하락했다.

이들 3대 도시는 미국 전체 범죄율을 낮추는 데도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미연방수사국(FBI) 조사에 따르면 2000∼2006년 미국 살인사건 발생 건수는 7% 상승했다. 3대 도시를 제외할 경우 상승률은 11%까지 올라간다.

전문가들은 ‘빅3’ 범죄율 하락이 범죄 발생 위험 지역을 집중 공략하는 경찰의 ‘핫 스폿(Hot Spot)’ 전략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도시를 구역별로 세분한 후 각종 범죄 발생 빈도가 높은 지역에 우수 경찰 인력을 집중 배치하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2000년대 초 뉴욕 경찰이 도입한 후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 경찰로 확대됐다.

이 전략은 세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치안 지도를 만든 뒤 범죄 발생 예상 지역을 점찍어 치안력을 배분한다고 해서 ‘점선에 경찰 배치하기(PCOD·Putting Cops On the Dots)’ 전략이라고도 불린다. 세 도시 경찰은 이에 더해 구역별로 조를 만들어 구역 내에서 발생한 범죄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 자율권을 주면서 책임도 강화했다. 예산 문제로 3대 도시의 경찰 병력이 감소 추세임에도 위험 지역에는 배치를 늘린 것도 주효했다.

핫 스폿 전략은 일견 평범해 보이지만 초대형 관료조직인 대도시 경찰이 지금까지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이 덕분에 경찰의 사건 대응 속도가 민첩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도심에서 흑인이 줄어드는 대신 범죄 성향이 낮은 이민자들이 증가한 인구사회학적 요인도 대도시 범죄율 하락에 한몫 거들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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