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의 간 빼먹는 어른들”…美 10대 아르바이트 빼앗겨

  • 입력 2007년 6월 12일 21시 19분


미국의 17세 고등학생인 데드릭 듀 군은 요즘 잔뜩 풀이 죽었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온갖 매체의 광고란을 뒤지면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원래 목표였던 음악 보조교사는 일찌감치 포기했고 대신 가게 점원 같은 자리를 가리지 않고 알아봤지만 상황은 마찬가지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지 못해 한숨을 쉬는 10대가 듀 군 뿐은 아니다. 12일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지에 따르면 미국 10대의 취업률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 연방노동통계청 조사 결과 16~19세 청소년들의 취업률은 2002년 50% 밑으로 떨어졌고, 이어 45%까지 낮아졌다. 노스이스턴대 앤드류 섬 교수는 "올해 여름에는 10대 취업률이 36.5%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아이스크림 가게나 패스트푸드 점원 같은 초보적 노동시장(entry-level labor market)의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 주된 이유다. 과거 이런 자리에 관심이 없었던 성인들까지 10대들의 일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한 것.

경제생활이 어려운 이민자들은 물론 은퇴한 노인들도 경쟁적으로 구직 지원서를 밀어 넣고 있다. 취업에 실패한 대졸자들 마저 이런 아르바이트 시장에 뛰어드는 추세다. 이들은 학력이 높아 취업도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조만간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할 예정인 매트 파커 씨는 "아이들이 이제는 어른과 일자리 경쟁을 벌여야 한다. 자리 구하기가 우리 때보다 훨씬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방학 때 단순노동을 포기하고 대신 학업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래 인력이 경제활동에 참여해 현장경험을 할 기회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버드대 리처드 머네인 교수는 최근 대졸자들의 업무적응 능력이 기업의 요구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일을 해봐야 일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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