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야? 나라사랑 홍보책자야?…美 새 여권 디자인 논란

  • 입력 2007년 5월 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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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발행되는 미국 여권은 ‘미국적 이미지’로 가득 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인 서명날인 페이지(위쪽)에는 성조기와 미국 헌법, 미국을 상징하는 흰머리독수리 그림이 실려 있다. 출입국 도장이 찍히는 페이지(아래쪽)에는 러시모어 산에 있는 미국 역대 대통령 4명의 얼굴 조각상 그림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웹사이트
새로 발행되는 미국 여권은 ‘미국적 이미지’로 가득 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인 서명날인 페이지(위쪽)에는 성조기와 미국 헌법, 미국을 상징하는 흰머리독수리 그림이 실려 있다. 출입국 도장이 찍히는 페이지(아래쪽)에는 러시모어 산에 있는 미국 역대 대통령 4명의 얼굴 조각상 그림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웹사이트
미국 여권이 확 바뀐다.

그러나 새로 발행되는 여권은 미국을 상징하는 그림과 문구들로 채워져 과잉 애국심 고취 논란을 낳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모두 28쪽의 여권 중 변하지 않은 것은 암청색 표지뿐. 출입국 도장이 찍히는 안쪽 페이지는 예전에는 살구색 바탕이었으나 새 여권에는 미국 역사를 상징하는 다양한 그림을 배경에 깔고 있다. 미국 독립전쟁, 서부 소몰이, 에이브러햄 링컨 등 역대 대통령 4명의 얼굴이 새겨진 러시모어 산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각 페이지 상단에는 링컨 등 역대 대통령들이 남긴 유명한 발언 내용이 배치됐다. 본인 서명날인 페이지에는 성조기와 함께 미국을 상징하는 흰머리독수리 사진이 실렸다.

6년에 걸쳐 디자인 작업을 총괄한 미 국무부는 새 여권에 ‘미국의 형상(American Icon)’이라는 이름까지 붙이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새 여권은 디자인 전문가들에게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하고 있다.

배경 그림과 문구 때문에 지면이 지저분해 보일 뿐만 아니라 지극히 미국적인 그림과 문구 선정 때문에 외국에서 반미 감정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뉴욕 디자인 회사 펜타그램의 마이클 비어러트 씨는 “여권 같은 기능적 서류에 애국적 메시지를 담아 강압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새로운 디자인과 함께 테러방지용 생체인식 컴퓨터 칩을 내장한 여권은 7월부터 미국 전역에서 일제히 발행된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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