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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4월 30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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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내심은 무한하지 않다. 북한 지도자가 그의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 같으면 우리는 추가 제재를 가할 능력이 있다.”(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27일 끝난 미일 정상회담은 수개월간 미 행정부에서 자취를 감췄던 대(對)북한 ‘제재’ ‘압력’이란 단어가 다시 등장한 장(場)이었다.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거론할 때도 부시 대통령은 “(북핵 문제 진전을 위한) 어떤 논의도 납북자 이슈에 관한 나의 강한 감정을 방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이 북핵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이슈 같은 동북아시아 현안에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군위안부 문제 역시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6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비롯한 의원들과 만났을 때 그는 ‘사과’가 아니라 ‘유감스러운(申し譯ない) 기분으로 가득 차 있다’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예전 일본 총리들이 최소한 ‘사과(お타び)’란 표현을 사용한 것에 비해서도 더 모호하게 표현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27일 부시 대통령과의 기자회견에선 ‘사과’란 표현을 썼지만 직접 사과를 표명한 것이 아니라 “어제 나는 의회 지도자들에게 ‘총리로서 사과한다’고 얘기했다”며 의회 발언 내용을 간접 전달하는 형식에 그쳤다.
일본 전문가인 민디 커틀러 아시아폴리시포인트 소장은 28일 “아베 총리의 발언은 결코 사과로 간주할 수 없다”고 논평했다.
아베 총리 발언 후 하원 외교위 소속 민주당 의원 보좌진들이 모여 의견을 교환했는데 여기서도 대체로 ‘기대 이하’라는 반응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의 워싱턴에서의 ‘위안부 사과’와 관련해 일본 아사히신문은 29일자 ‘사죄 대상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제목의 사설에서 “총리가 ‘인간으로서 총리로서, 마음으로부터 동정하고 있다.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사과 방법은 정말로 기묘하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총리가 사죄해야 마땅한 군위안부 피해자에게는 (사죄한 것이) 아니지 않으냐”며 “국내에서 비판받아도 신경을 쓰지 않더니 미국에서 문제가 되니까 당장 사죄하는 것은 어찌된 일이냐”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28일 “아베 총리가 부시 대통령을 ‘조지’라고 부르며 개인적 친밀감을 쌓는 목표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군위안부 결의안 저지 목표에 대해서는 뒤섞인 반응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부시 대통령이 “사과를 받아들인다”고 말한 것도 어차피 결의안에 부정적인 일부 공화당 의원에게 반대할 ‘명분’을 줄 수는 있을지언정 의회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의안 발의자인 마이크 혼다 의원은 “왜 미국 대통령이 사과를 받아들이느냐. 자기가 군위안부 피해자도 아니면서”라고 꼬집은 뒤 “다음 달 하원에서 결의안이 처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일본 지도자의 과거사 관련 발언 | ||
| 발언자 | 발언 시기 | 발언 요지 |
| 히로히토 국왕 | 1984.9 | 금세기의 한 시기에 있어서 양국 간에 불행한 역사가 있었던 것은 진심으로 유감이며 다시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
| 아키히토 국왕 | 1990.5 | 우리나라에 의해 초래된 이 불행했던 시기에 귀국 국민이 겪었던 고통을 생각하고 본인은 통석의 염을 금할 수가 없다. |
| 호소카와 모리히로 총리 | 1993.11 | 과거 우리의 식민지 지배에 있어서 한반도의 여러분이,예를 들어 모국어 교육의 기회를 빼앗기고 타국어의 사용을 강요당하고 창씨개명이라는 이상한 일이 강제되고 군위안부 노동자의 강제연행 등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강요당한 데 대해 가해자로서 우리가 한 일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진사드린다. |
|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 | 1995.8 | 일본은 멀지 않은 과거의 한 시기에 국가정책을 그르치고 전쟁의 길로 나아가 국민을 존망의 위기에 빠뜨렸으며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 특히 아시아 제국에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 역사의 진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통렬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다. |
| 오부치 게이조 총리 | 1998.10 | 일본이 과거 한때 식민지 지배로 인하여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 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하여 통절하게 반성하며 마음으로부터 사죄한다. |
|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 2001.10 |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의해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준 것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반성하며 사죄의 마음을 갖고 있다. |
| 아베 신조 총리 | 2007.4 | 개인으로서 또 총리로서, 어려움을 겪었던 군위안부 출신들에게 가슴속 깊은 곳으로부터 연민의 정(sympathy)을 느낀다. 그들(위안부들)이 매우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됐던 데 대해 나는 유감스러운 감정이 가득하다.(미국 의회 지도부 면담에서) |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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