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Rush]중국드라마 웃음에 중독됐어요

  • 입력 2007년 4월 30일 02시 56분


연세대 중어중문학과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구성된 ‘중문학술회’가 중국어 연극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현대적 감각과 세련미를 갖추면 화류도 한류에 못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 제공 중문학술회
연세대 중어중문학과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구성된 ‘중문학술회’가 중국어 연극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현대적 감각과 세련미를 갖추면 화류도 한류에 못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 제공 중문학술회
《한국 대중문화를 즐기는 중국의 한류팬처럼 한국에도 ‘화류(華流)’라고 불리는 중화권 문화를 즐기는 팬들이 있다. 최근에는 한류 바람이 거세지만 2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화류는 인기를 끌었다.

1960∼70년대에는 리샤오룽(李小龍) 청룽(成龍)이 주연한 쿵후영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980년대에는 홍콩 누아르영화가 유행하며 저우룬파(周潤發) 장궈룽(張國榮) 왕쭈셴(王祖賢) 류더화(劉德華) 등 화류 스타의 내한이 이어졌다. 1990년대 초반에는 홍콩 음악방송채널 ‘채널V’가 국내 케이블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요즘도 한국 내 화류는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회원수가 1만700명인 중국문화동호회 ‘CMD’의 정미숙 회장은 “‘신조협려 2006’ ‘천룡팔구’ 등 무협드라마의 조회수가 높다”며 “한국드라마에선 보기 힘든 화려한 볼거리와 전통의상, 박진감 넘치는 무술 장면이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중어중문학과 재학생과 졸업생 등 300여 명으로 구성된 ‘중문학술회’는 1년에 한두 차례 중국 희곡을 각색해 무대에 올린 뒤 직접 중국어 대사로 연기를 한다. 또 1주일에 2, 3회 정기 모임을 갖고 중국 영화나 드라마, 신문을 보고 다양한 문제에 관해 토론을 벌인다. 이들에게 ‘화류’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연세대 중문학술회가 본 華流(중국문화)

“중국인들은 劇에서나 일상에서나 과잉 표현을 즐겨써요”

▽정현지(21)=처음 중국드라마를 접한 사람들은 감정 표현이 극단적이어서 ‘유치하다’ ‘오버한다’고 느끼지만 자꾸 보다 보면 중독성이 있다. 현대극보다 사극이 많은데, 중국의 사극은 무겁지 않고 코믹 요소가 많아 이해하기도 쉽다. 한국에서도 인기리에 방영된 ‘황제의 딸’이 대표적인 예다.

▽이석구(27)=한국인들이 중국드라마를 시청하며 ‘오버한다’고 느끼는 ‘과잉적 표현’은 중국문화의 특색이다. 전통연극인 경극의 전투 장면에서도 칼로 상대를 찌르기 전까지 무기를 휘두르거나 땅에 내리찍는 등 하나의 동작을 완성하기 위해 사전에 장식하는 과정이 상당히 길다. ‘큰 것’을 선호하는 대륙적 기질과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공존하면서 생긴 장황한 표현력이 문화 콘텐츠에도 반영되는 듯하다.

▽유한석(26)=중국인은 일상에서도 ‘과잉적 표현’을 즐겨 쓴다. ‘밥 먹었느냐’는 간단한 질문을 10분 동안 장황하게 말하기도 한다. 이런 언어 습관이 중국드라마나 영화에 나타나면서 축약이나 생략없이 대사로 모든 것을 묘사하려는 특징도 발견할 수 있다.

“연극에서도 몸으로 연기하는 것보다 장황한 말 표현 많아”

▽김빛나리(24)=다른 문화 분야에서도 그런 점이 많다. 중국 가요에는 뜻이 맞지 않지만 장식적 효과를 위해 만들어 넣은 가사들이 많다. 중국의 현대연극 중 ‘체 게바라’라는 작품을 보면, 연설하는 장면이 유난히 강조되기도 한다. 배우가 몸동작으로 연기하는 것보다 장황한 단어를 써가며 말로 표현하는 것을 선호하는 듯하다.

▽서태영(21)=중국영화에는 과거 아시아 문화의 중심지였던 자부심을 반영한 부분들도 눈에 띈다. 장이머우(張藝謀)와 궁리(鞏리)가 주연한 ‘진용’은 주인공이 새로운 모습으로 환생을 거듭하는 내용인데, 이는 시간의 영속성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여러 민족이 세운 왕조가 교체되면서도 중국이라는 문화적 영역의 기본틀을 지속시켜온 메시지를 담은 듯하다.

“화류, 현대적 감각과 세련미 갖추면 한류처럼 성장할 것”

▽전명종(24)=최근 중국 TV에선 경제성장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자신감을 반영한 프로그램이 두드러진다. 중국 역사상 최초로 대륙의 통일을 이룬 진시황을 내세운 영화나 오페라, 다큐멘터리 제작이 유행하는 것도 강한 중국을 만들자는 속뜻이 있다고 본다.

▽범수민(21·화교)=중국의 대중문화 콘텐츠가 아직 한국보다 뒤처진 것은 사실이다. 현대적 감각과 세련미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여러 민족과 언어, 문화가 지닌 다양성이 있는 만큼 앞으로 화류가 한류처럼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은 충분하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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