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천광암]아베 부인의 민망한 ‘남편 감싸기’

  • 입력 2007년 4월 2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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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3시 반경 일본 총리 관저.

미국 CNN의 카메라 앞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미국 의회가 위안부 결의안을 채택해도 총리가 사과하는 일을 없을 것”이라는 발언으로 미국 언론에 ‘이중 잣대를 가진’ 지도자로 낙인이 찍혀 있다.

총리의 첫 방미를 눈앞에 두고 부인이 함께 인터뷰를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일본 언론은 전한다. 밝고 사교적인 아키에 여사의 인간적인 매력으로 아베 총리의 부정적 이미지를 ‘물 타기’ 하려는 계산이 작용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

하지만 부인을 구원투수로 함께 등판시킨 작전은 먹히지 않았다.

CNN 기자가 “군이 위안부를 강제 동원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한 아베 총리의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아키에 여사의 얼굴에는 일순 당혹감이 스쳤다.

아키에 여사는 아베 총리를 향해 “그런 말을 하셨나요. 잘 몰라서…”라며 공을 넘겨 봤지만 상황은 수습되지 않았다.

망설이던 아키에 여사는 특유의 미소로 어색한 분위기를 추스른 뒤 이렇게 답했다.

“남편은 당시의 상황에 대해 죄송하다고 발언해 온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대다수 일본인이 아는 아베 총리의 발언 내용을 아키에 여사가 정말 몰라서 ‘모르쇠’와 ‘동문서답’ 사이를 왔다 갔다 한 것일까.

혹시 홍보 담당자들이 보고를 깜박 빼먹었던 것은 아닐까. 궁금하다면 최근 아베 총리를 인터뷰한 메리 키셀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의 칼럼을 몇 줄만 읽어 보자.

‘외무성은 (아베 총리와 인터뷰하기 전) 일주일 동안 매일 전화를 걸어 왔다. 그들은 사전에 정해진 질문 항목과 관련된 온갖 내용을 물었다. 질문은 고작 6개였다―오 제발.’

아베 총리는 공무가 끝나면 서재에서 혼자 DVD를 보는 것이 일과일 정도로 내성적이다. 술도 못 마신다.

아베 총리의 약점은 지금까지 아키에 여사가 메워 왔다. 총리가 되기 전 지역구 관리도 부인이 도맡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아키에 여사도 군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남편에게 아무 도움을 줄 수 없는 처지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하지 않았던가.

천광암 도쿄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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