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씨, 범행 한달전부터 사격 연습

  • 입력 2007년 4월 21일 03시 01분


조승희가 2월 2일 인터넷 쇼핑몰에서 ‘22구경 발터’를 주문하기 위해 보낸 e메일. AP 연합뉴스
조승희가 2월 2일 인터넷 쇼핑몰에서 ‘22구경 발터’를 주문하기 위해 보낸 e메일. AP 연합뉴스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참극의 범인 조승희의 총기 구입 과정과 사전 사격 연습 등 범행 준비 과정이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다. 또 자신을 포함해 33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한 난사 과정에서 총알이 최소 200발 이상 사용된 것도 확인됐다.

팀 케인 미국 버지니아 주지사는 이번 총기 난사 사건의 전면 조사를 위해 19일 톰 리지 전 국토안보부 장관을 비롯한 8인 조사위원회를 구성함으로써 이번 사건의 진상 규명에 대한 높은 관심을 알 수 있게 했다.

▽인터넷 총기 구입=본격적인 범행 준비는 총기를 처음 구입한 2월 시작됐다. 그는 2월 2일 위스콘신 주에 본사를 둔 인터넷 쇼핑몰에서 발터 22구경 권총을 샀다. 아버지 집 주소를 남겼고, 267달러를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그는 그달 9일 학교 부근 JND 전당포에서 ‘물건’을 찾아갔다.

두 번째로 구입한 글록 9mm 권총과 실탄 50발은 3월 13일 인근 도시인 로어노크의 총포상에서 샀다. 가격은 실탄 포함 571달러. 버지니아 주 법은 ‘30일 이내에 총을 2자루 살 수 없다’고 돼 있어 한 달이 지나고 바로 두 번째 총을 산 것으로 보인다.

그는 처음 총을 살 때 업체에 “발터 22는 10632 2세대 모델인가”라고 물었고 “우리 제품은 모두 최신품”이라는 답을 들었다. 조승희는 총기 연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 많은 이유=사건 직후 노리스홀 4개 강의실에서 30명이나 사망한 것을 두고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짧은 시간에 그토록 많은 희생자가 나왔는지 의아해했다.

미 NBC방송은 버지니아 경찰의 말을 인용해 “살해 현장에서 모두 17개의 탄창이 발견됐고, 반자동권총은 탄창 1개에 총탄 33발이 들어간다”며 “최소 200발 이상이 발사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현장에서 약 50개의 탄창이 발견됐고, 범인이 자살했을 때 탄창은 모두 비어 있었다”고 말했다. 500발 이상이 발사됐을 것이란 이야기다.

현장을 검식한 경찰이 “사망자 대부분이 1인당 3발 이상 총을 맞았다”고 한 것은 이처럼 많은 총알이 발사됐기 때문이다.

범행에 쓰인 총탄이 방어용보다 살상용에 적합한 할로포인트(hollow-point·탄두 부분이 화산 분화구처럼 파인 탄알)라는 점도 확인됐다.

조승희는 또 총기 난사에 앞서 총기를 구입한 3월 중순 대학 캠퍼스에서 64km 떨어진 로어노크의 한 사격장에서 사격 연습을 했다. 한 달여 전 머리를 짧게 깎고 팔굽혀펴기로 체력을 기르며 사격 연습까지 한 후 범행 당일 수백 발의 총알을 난사했다. 불과 30분도 안 되는 시간에 많은 인명 살상이 이뤄진 의문이 상당 부분 풀렸다.

▽새로 확인된 16일 상황=조승희는 범행 당일 아침에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은 우울증 약을 복용한 뒤 일찍 기숙사를 나섰다. 첫 총기 살해는 7시 15분. 그가 NBC방송에 보낸 우편물에 담긴 글은 PDF 파일을 출력한 것으로, 경찰이 압수한 조승희의 컴퓨터에서 최종 수정 시간이 7시 24분임을 확인했다. 그는 첫 범행 직후 70m가량 떨어진 자신의 기숙사로 곧바로 돌아온 것이다.

32명을 살해한 후 그는 출동한 경찰과 대치했다. 9시 45분 경찰이 문을 부수고 2층으로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자신의 머리에 권총을 겨눈 뒤 방아쇠를 당겼다. 그가 NBC방송에 보낸 43장의 사진에 포함된 ‘권총으로 관자놀이를 겨냥한 자세’ 그대로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블랙스버그=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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