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한인사회 유언비어 난무에 속앓이

  • 입력 2007년 4월 20일 11시 04분


코멘트
"센터빌 한인 슈퍼마켓 앞에 '코리언 고 홈(Korean go home)이란 플래카드가 걸렸다더라"

"밤새 애넌데일 한인 제과점 유리창이 박살났다더라"

"한인들에 대한 보복 공격에 대비해 애난데일 경찰들이 완전 무장을 했다던데…"

버지니아텍 참사의 범인이 교포 학생 조승희씨로 밝혀진 이후 미국 한인사회에 나돌고 있는 유언비어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센터빌은 조씨의 집이 있는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소도시로 이곳에 '코리언 고 홈'이란 플래카드가 걸렸다면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역 한인들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한인 슈퍼마켓 관계자는 "그런 일없다. 어떻게 그런 소문이 났는지 모르겠다"며 어이없어했다.

미국 수도 워싱턴 DC 인근의 코리아타운격인 애넌데일의 이름난 한인 제과점 직원도 "여기저기서 유리창이 깨졌느냐고 물어오는데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다. 영업도 평소와 다름없이 잘되고 있는데..."라며 의아해했다.

애넌데일 경찰이 무장했다는 소문도 낭설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워싱턴 한인연합회측은 밝혔다.

한인 학생들과 관련된 유언비어도 많지만 사실로 확인된 경우는 거의 없다.

"백인 학생이 학국 학생 얼굴에 침을 뱉었다더라"라거나 "한국 학생들을 보고 고함을 질러 울었다던데..."라는 등의 이야기들이 수도 없이 나돌고 있는 것.

평소엔 통학버스를 이용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던 한인 학부모들 중엔 이런 험악한 소문 때문에 요며칠 사이엔 아이를 직접 학교까지 태워다주고 데려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주리주 콜롬비아시티에선 19일 총격사건이 나자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소문이 즉각 떠돌기도 했다.

LA에서는 봉변을 당할지 모르니 한인타운에 가지 말라는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한국산 자동차들이 누군가에 의해 무더기로 파손됐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이처럼 한인사회를 휩쓸고 있는 유언비어들은 버니지아텍 사건 이후 교포사회에 팽배한 불안감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참사의 범인이 교포 학생으로 드러나 혹시 한인들에 대한 피해가 없을까 가뜩이나 불안해하는 마당에 어디선가 그럴듯한 이야기가 나오면 빠른 속도로 부풀려져 퍼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고 나면 더해지는 유언비어를 가라앉히기 위해 사실 여부를 신속히 확인해주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워싱턴 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한인회 차원에서 유언비어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 교민들에게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유언비어 신고 및 확인 전화 개설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 "교민 사회에 영향이 큰 유언비어들에 대해서는 교포 언론을 통해 사실 여부를 정확히 알리도록 협력하는 방안도 모색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김영근 워싱턴한인연합회 상임고문은 "CNN 등 미국 주요 언론에서도 이번 사건을 보도하면서 'Korea'를 언급하는 경우는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을 한국인과 연계시키는 미국인이 거의 없는데도 한인들의 막연한 불안을 부추기는 유언비어에 휩쓸리기보다는 더욱 차분하고 현명하게 이번 참사의 충격에 대처해나가는 슬기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