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 해달라 조르곤 했는데” 메리 리드 유족들 오열

  • 입력 2007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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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저지 주에 사는 이연선 씨는 19일 사흘째 버지니아공대 안 호텔에 머물고 있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던 딸 메리(사진) 씨가 열아홉 꽃다운 나이에 이 학교에서 잠들었다.

메리 캐런 리드 씨. 이 대학 신입생으로 16일 총탄에 스러진 그는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를 유독 좋아한, 말 그대로 ‘절반의 한국인’이었다.

이날 대학 당국과 주 경찰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취재진에게 “상심한 유족을 취재하지 말아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기자는 뉴저지에 거주하는 이 씨의 시동생과 접촉해 ‘진짜 조카보다 더 살가웠던 메리’ 얘기를 들었다.

이 씨는 주한 미 공군으로 한국에서 근무하던 리드 씨와 결혼해 미국으로 건너왔다. 두 사람은 메리 씨가 8세였던 11년 전 헤어졌다. 그 뒤 메리 씨는 아버지 아래서 자랐고, 최근에는 제대 후 미 정부 관련 일을 하는 아버지와 국방부 부근인 북부 버지니아에서 살았다.

이 씨는 한국인과 새로 결혼해 뉴욕 외곽의 뉴저지 북부 소도시에 정착했다. 이 씨의 시동생이 ‘진짜 조카보다…’라고 말을 꺼낸 것은 형의 결혼으로 이 씨 모녀를 알게 됐기 때문이었다.

―메리 씨의 사망 소식을 들은 뒤 가족의 반응은 어땠나.

“형수는 사고 당일 밤 전 남편인 형 리드 씨에게서 전화로 소식을 들었다. 그저 ‘믿을 수 없다…’는 말만 자꾸 했다고 한다.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메리 씨와 어머니의 관계는….

“이혼 후에도 메리의 부모는 연락을 계속했다. 메리도 엄마를 자주 찾아와 나도 메리를 아주 잘 안다. 방학 때마다 엄마에게 와서 교회 수양회를 같이 다녔다. 독실한 신자인 메리는 엄마와 함께 성경읽기를 즐겼다. 메리 엄마는 내 형은 물론 내게도 항상 너무나 잘 대해 주는 분이다.”

―메리 씨가 한국어를 잘했나.

“듣고 이해하기는 완벽했고 말하기도 곧잘 했다. 엄마 집에만 오면 김치찌개, 된장찌개 해 달라고 엄마를 졸랐다. 먹는 걸 봐도 딱 한국 아이였다.”

블랙스버그=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총기 참사로 은사잃은 세계적 과학자 김종우 박사

‘하모니 서치(Harmony Search) 알고리즘’을 개발해 세계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인 과학자 김종우(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원) 박사가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으로 은사를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의 은사는 인도 출신의 G V 로가나탄(도시환경공학과) 교수로 사건 당일 공학관 206호 강의실에서 ‘고급 수문학’ 강의 도중 변을 당했다.

김 박사와 로가나탄 교수가 인연을 맺은 것은 1999년. 고려대에서 수리수문학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 씨는 로가나탄 교수의 초청을 받아 버지니아공대 방문연구원(Visiting Scholar)으로 그해 1월부터 2000년 3월까지 로가나탄 교수와 함께 일했다.

당시 김 박사는 이 대학 과학재단의 지원을 받아 하모니 서치 알고리즘을 창안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컴퓨터 연산을 통해 가장 좋은 화음의 음악을 작곡할 수 있다. 이는 연주자가 직관을 이용해 즉흥적으로 화음을 찾아 내는 과정을 이론화한 것.

김 박사는 이 이론을 발표한 뒤 미국 최대 인명록인 ‘후즈 후 인 아메리카(Who's Who in America)’에 등재되고, 영국 케임브리지의 국제인명센터(IBC)가 수여하는 ‘21세기의 뛰어난 과학자’상을 받기도 했다.

김 박사는 “하모니 서치를 개발할 때 반신반의한 분이 많았지만 로가나탄 교수님은 내게 항상 힘을 주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아침에 안부차 교수님께 e메일을 보냈다가 다른 연구자에게서 교수님이 총격에 희생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주인을 잃은 웹사이트엔 저와 교수님이 함께 썼던 ‘하모니 서치 알고리즘’ 관련 논문이 최근의 주요 논문으로 소개돼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은 추천서가 이미 고인의 것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지금도 교수님의 얼굴이 생생하다”고 전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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